내청춘 2013. 12. 28. 10:49

三浦「あーしってさ案外一途なんだよね」八幡「はぁ」


원문출처 : http://elephant.2chblog.jp/archives/520584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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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 ◆4iWfcnGpVeQA [saga]:2013/10/21(月) 22:00:48.05 ID:UkIWtIoOo


하치만「…………」 


미우라「…………」 


하치만「조, 좋은 거 아니야? 순정파 여자애」


미우라「!」 


하치만「남자라면 싫어하는 애 없을 테고」 


미우라「그, 그치. 괜찮지, 괜찮지!?」 


미우라「그, 그리고 나 말이야, 의외로 요리도 할 줄 알고, 청소빨래도 잘 한다고!」 


미우라「그, 그리고, 아,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때? 어때? 괜찮지, 괜찮지!!」 


하치만「아, 어. 응…………하야마가 부럽네, 리얼충 폭발해라」 


미우라「어…………?」 





17:1 ◆4iWfcnGpVeQA:2013/10/21(月) 22:23:46.13 ID:UkIWtIoOo


하치만「요리, 청소빨래, 애도 좋다」 


하치만「거기에 용자단려, 미목수려…………라고」


하치만「정말로 완전무결 초인인 하야마와는 베스트 커플일만 하다」 


하치만「부러워서, 구역질이 날 것 같아」 


하치만「그래서, 그래서, 그 미우라 유미코 님이 카스트 최하층인 나한테 무슨 일?」 


미우라「그…………그게…………」 


하치만「아, 나한테 베스트 커플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는」


미우라「…………」부릅




19:1 ◆4iWfcnGpVeQA:2013/10/21(月) 22:27:15.01 ID:UkIWtIoOo


미우라「…………」훌쩍 


하치만「아, 그게, 저기」 


미우라「…………알았어」 


하치만「응?」 


미우라「알았다고!」쿠당탕!


하치만「무무무, 뭘 말입니까까」깜짝 


미우라「너한테 내가 얼마나 순정파인지, 얼마나 러브러브인지!」 


미우라「히키타미의 탁한 눈으로도 알 수 있게 보여줄 테니까!!」


하치만「네, 넷!!」 


복붙하고 깨달았지만 히키타니가 아니라 히키타미가 되어있었다




20:1 ◆4iWfcnGpVeQA:2013/10/21(月) 22:28:51.02 ID:UkIWtIoOo


미우라「대답…………했지」 


하치만「아, 아니. 이건…………」두리번두리번 


미우라「 했 지 」꽉


하치만「아퍼아퍼아퍼, 어, 얼굴, 놓으라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우라「시선 돌리지 말고, 보도록 해, 약속!」 


하치만「네, 네에에엣!」 




21:1 ◆4iWfcnGpVeQA:2013/10/21(月) 22:30:47.64 ID:UkIWtIoOo


미우라「…………」휙


하치만「오…………」 


미우라「…………」슥


하치만「어, 뭔가요? 갑자기 손을 내밀고」 


미우라「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거야. 그 정도 알잖아」 


하치만「아니 그게, 요즘 초등학생들도 않…………」 


미우라「 됐 으 니 까 손 가 락 걸 어 ! !」 


하치만「죄죄죄, 죄송합니다!!」 




22:1 ◆4iWfcnGpVeQA:2013/10/21(月) 22:32:09.24 ID:UkIWtIoOo


미우라「손-가-락-걸-고」 


하치만「거짓말 하면…………」 


미우라「바-늘-천-개-삼-키-기」 


하치만「약속했다……」 


미우라「약속……약속이니까!」 


미우라「기억해둬!!」탓




23:1 ◆4iWfcnGpVeQA:2013/10/21(月) 22:33:11.16 ID:UkIWtIoOo


하치만「……뭐, 뭐냐고, 진짜」 


드르륵


유키노「……방금, 미우라가 울면서 복도를 뛰어갔는데」 


유이가하마「……힛키……」 


유키노「아무리 너라도 범죄행위에는 손을 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유이가하마「힛키, 실망이야!!」 


하치만「자, 잠깐 기다려! 오, 오해다, 오해!」 


하치만「난 미우라한테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 




24:1 ◆4iWfcnGpVeQA:2013/10/21(月) 22:34:16.04 ID:UkIWtIoOo


유키노「하지만 미우라는 울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 아니야?」 


하치만「윽……그, 그건……」 


유이가하마「그, 그래, 힛키! 왜 유미코가 울고 있던 거야!?」 


하치만「아, 아니……」 


유이가하마「분명히 대답해, 힛키!!」 


하치만「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25:1 ◆4iWfcnGpVeQA:2013/10/21(月) 22:35:19.22 ID:UkIWtIoOo


유키노「……과연」 


유이가하마「……」 


하치만「……」 


유키노「들은 바에 의하면 너는 잘못한 게 없네」 


유키노「『표면상』으로는 말이지」 


유이가하마「힛키……」 


하치만「……뭐냐」 


유이가하마「힛키, 나 부탁이 있어」 


유이가하마「유미코를 제대로 봐줘」 


하치만「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그렇게 보이지만, 유미코…… 정말로 순정파니까……」 




26:1 ◆4iWfcnGpVeQA:2013/10/21(月) 22:36:48.32 ID:UkIWtIoOo


하치만「후우……」 


하치만(오늘 피곤하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히라츠카「피곤한 거 같구나」 


하치만「무슨 일이시죠, 선생님까지」 


히라츠카「흠, 뭐 고민하는 소년을 위해, 한 가지 재미있는 토막상식이라도 알려주려고 생각해서」 


히라츠카「원래 손가락 약속이라는 건, 유녀가 불변의 사랑의 정표로 새끼손가락을 절단해서」 


히라츠카「남자한테 보낸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히라츠카「뭐, 유녀가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각오가 필요했단 뜻이다」 


하치만「역시 선생님, 여러 가지로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네요, 여러 가지 의미로」 


히라츠카「미안하구나, 여러 가지 의미로」퍽


하치만「크……그, 켁」 


히라츠카「뭐, 장난은 이 정도로 해두고」 


하치만「보디블로는 장난이라고 넘어가는 겁니까?」 




27:1 ◆4iWfcnGpVeQA:2013/10/21(月) 22:39:14.94 ID:UkIWtIoOo


히라츠카「유녀가 새끼손가락을 잘라 낸다」 


히라츠카「이건 말할 것도 없이 뒤가 없다」


히라츠카「내놓는 여자의 일편단심 사랑, 받아드는 남자한테도 성의가 필요하다」


하치만「……」 


히라츠카「일편단심 사랑과 성의다」 


하치만「중요하니까 두 번입니까」 


히라츠카「그래, 중요하니까 말이지」 


하치만「하, 하……」 




29:1 ◆4iWfcnGpVeQA:2013/10/21(月) 22:42:55.99 ID:UkIWtIoOo


다음날


하치만(어제는 한숨도 못 잤다) 


미우라「……」찌릿 찌릿


하치만(시선이 아프다……) 


유이가하마「……」찌릿 찌릿


하치만(아퍼……) 


히라츠카「그래서, ……이므로」찌릿 찌릿 


하치만(……시끄러) 




30:1 ◆4iWfcnGpVeQA:2013/10/21(月) 22:43:44.39 ID:UkIWtIoOo


방과후


하치만「오늘 수업은 꽤 하드했다……」 


미우라「히키오!」폴짝


하치만「힉!」 


하치만「무, 뭐야!? 미안합니다!?」 


미우라「뭐, 뭐야, 어깨를 친 것뿐인데, 좀 기분나뻐」 


하치만「시, 시끄러, 기분나쁘게 생긴 건 태어날 때부터 그랬으니까」 


미우라「자기 입으로 말하면 부끄럽지 않아?」 




31:1 ◆4iWfcnGpVeQA:2013/10/21(月) 22:44:35.83 ID:UkIWtIoOo


하치만「무, 뭐냐」 


미우라(벌벌 떨고 있어, 뭐지……이거) 


미우라(아, 알았다. 개다, 겁먹은 개) 


미우라(음, 귀여워. 엄청 귀여워) 


미우라「//////」 


하치만「왜, 왜 히죽거리는 건데, 기분 나쁘게」 


미우라「뭐어!? 히죽거린 적 없어!!//////} 




32:1 ◆4iWfcnGpVeQA:2013/10/21(月) 22:45:38.15 ID:UkIWtIoOo


유이가하마「자자, 둘 다. 진정해, 진정해」쓱 


유이가하마「유미코, 힛키한테 무슨 일이야?」 


미우라「아, 어어. 음, 그, 그게 말인데, 히키오, 오늘 말이야, 지금부터……」 


미우라「한가해?」 


하치만「……안 한가……」찌릿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그렇게 보이지만, 유미코……정말로 순정파니까……』 


하치만「칫……」 


하치만「아아, 그러세요. 나는 외톨이라 시간 많다, 불만 있냐?」 




33:1 ◆4iWfcnGpVeQA:2013/10/21(月) 22:46:32.47 ID:UkIWtIoOo


미우라「그, 그래. 그럼 말인데, 지금부터, 나하고……」 


미우라「사귀어줘」 


하치만「……휴우……그래그래, 사귀어줄게」 


미우라「진짜!?」퍽 


미우라「그, 그럼 간다, 자, 지금 당장!!」질질


하치만「끄, 끌지 말라고, 아퍼!!」 


유이가하마「아, 유키농한테는 잘 전해줄 테니까」 




34:1 ◆4iWfcnGpVeQA:2013/10/21(月) 22:47:10.89 ID:UkIWtIoOo


하치만(그래서, 무슨 이유인지 날 테니스코트로 끌고 왔는데) 


미우라「히키오, 서브 간다」 


하치만「자, 잠깐만!!」 


미우라「안 기다려」휙 탕


하치만「아, 젠장. 이」 


미우라「게임 포인터 매치, 나. 나의 승리」 


하치만「비, 비겁하다고. 딴데 보고 있을 때!」 


미우라「히키오가 날 보지 않는게 잘못이야」 


하치만「구누누」




35:1 ◆4iWfcnGpVeQA:2013/10/21(月) 22:48:08.61 ID:UkIWtIoOo


하치만「애초에, 왜 테니스인데」 


미우라「응?」 


하치만「아니, 네가 테니스 잘 치는 건 알고 있었고」 


하치만「하지만 말이야. 보통, 첫 데이트에서는 안 하는 거잖아」 


미우라「흥, 데이트라고 생각한 거야」 


하치만「엑……아, 아니 이건 말이지. 만약 상대가 하야마라고 하면이란 말이다」 


미우라「네에네에」(얼굴 빨개져서 귀여워///) 


하치만「왜, 왜 히죽거리는 건데, 기분 나쁘게」 


미우라「그렇게 말하는 히키오도 얼굴 빨간걸」 


하치만「아, 아니야. 이, 이건 석양빛이 빨간 탓이다!」 


미우라「아직 해 안 졌는데」 


하치만「시, 시끄러///」 




38:1 ◆4iWfcnGpVeQA:2013/10/21(月) 22:59:51.62 ID:UkIWtIoOo


미우라「왜 테니스냐고?」 


하치만「응……그래」 


미우라「테니스란 신사의 스포츠잖아」 


하치만「뭐,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미우라「테니스는 상대를 보고, 상대를 칭찬하고, 거기에 경의를 표하고 자신도 전력을 다한다」 


미우라「나 말이야, 너의 좋은 부분 보고 싶었고」 


미우라「히키오한테는 나를 전력으로 보게 하고 싶었어」 


하치만「……」 


미우라「이전에 말이야, 나하고 너 테니스로 승부했었잖아」 


하치만「아, 그거 말이지」 


미우라「솔직히 너 따위 안중에도 없었어」 




39:1 ◆4iWfcnGpVeQA:2013/10/21(月) 23:01:33.92 ID:UkIWtIoOo


미우라「솔직히, 이쪽이 아니라 너희쪽에 붙은 유이한테 열받았었어」 


미우라「그 다음 유키노시타 나왔을 때도, 나 그 녀석한테 창피 주려는 것만 생각했어」 


미우라「그래서라고 생각해. 너한테 당한 건」 


미우라「아까 너 같이」 


하치만「아, 아니, 그건……」 


미우라「아까 일로 알았어」 


미우라「넌 나를 보고 있지 않아」 


하치만「미, 미안」 


미우라「사과하기 없기」탕탕 


하치만「아파!」 




40:1 ◆4iWfcnGpVeQA:2013/10/21(月) 23:02:41.29 ID:UkIWtIoOo


하치만「때, 때릴 건 없잖아」얼얼 


미우라「시끄럽고, 솔직히 말하면 마음 상하고」휙


하치만「미, 미안……」 


미우라「……2번째」 


하치만「자, 잠깐. 때리는 건 그만해!」 


미우라(응, 역시, 강아지 같아) 


미우라「에잇!」꼬집


하치만「크악!」 


미우라「후우후우」쓱쓱 


하치만「미, 미우라 씨. 도대체 뭘 하고 계신 건가요」 




41:1 ◆4iWfcnGpVeQA:2013/10/21(月) 23:03:19.76 ID:UkIWtIoOo


미우라「때리지 말라고 한 건 너잖아」쓱쓱 


하치만「아아아아니니니니, 그그그그거거거거느느느는」(부드러워, 부드럽다고!) 


미우라「거기에다, 이렇게 하면 날 봐주잖아!」생긋


하치만(가까워, 가깝다고! 좋은 냄새, 좋은 냄새!?)


미우라「난 보고 있어, 너를……」 


미우라「너는…… 어때?」 


하치만「나나나나나나나느느느느는」 


미우라「음, 내 얼굴, 빨개?」 


하치만「               」 




42:1 ◆4iWfcnGpVeQA:2013/10/21(月) 23:04:01.73 ID:UkIWtIoOo


하치만「……응……쿨」 


미우라「이, 일어나」무릎베게 중 


하치만「……뭐야, 꿈이었나……」벌떡 


미우라「또 자지 말라고」퍽


하치만「악!」 


미우라「네가 기절해있던 탓에 벌써 완전히 해질녘이잖아」 


하치만「엑, 진짜로!?」 


미우라「진짜진짜」 


하치만「우와, 진짜냐고……진~짜진짜진짜냐고」 




43:1 ◆4iWfcnGpVeQA:2013/10/21(月) 23:04:45.57 ID:UkIWtIoOo


하치만「기절한 끝에, 무릎베개까지 당한 건가……」 


미우라「……싫었어?」 


하치만「켁, 싫은, 건 아니지만. 음, 뭐라고 할까 남자의 프라이드라고 할지」중얼중얼


미우라「난 좋았는데, 너의 자는 얼굴이 볼 수 있어서」 


하치만「어……?」 


미우라「응//////」 


하치만「//////」 


미우라「저, 저기 말이야……」 


하치만「뭐, 뭔데?!」 


미우라「아까 한 질문……답해줬으면 하는데」 


하치만「아, 아. 그거, 그게……」 


미우라「//////」 


하치만「음, 그게 말이지. 석양빛이 눈부셔서 잘 모르겠어」 


하치만(나로서도 이 무슨 얼빠진 대답이냐) 




45:1 ◆4iWfcnGpVeQA:2013/10/21(月) 23:09:14.86 ID:UkIWtIoOo


>>44 

미우라「그런가…… 


하치만「미, 미안……」 


미우라「사과하기 없기」 


하치만「으, 응」 


미우라「……뭐, 오늘은 시작이란 걸로 괜찮지!」생긋 


하치만「그, 그래……」 


미우라「저, 저기.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있어?」 


하치만「어, 어어. 뭐, 시간 없을 때란 없다……」 


미우라「좋아, 그럼 약속!」슥 


하치만「어, 또냐고」 


미우라「불평하기 없기!」 


하치만「네에네에」 


미우라「손가락 걸고」 


하치만「거짓말하면」 


미우라「바늘 천 개 삼키기」 


하치만・미우라「약속했다!」 





48:1 ◆4iWfcnGpVeQA:2013/10/21(月) 23:21:57.79 ID:UkIWtIoOo


하치만(그렇지만, 뭐, 이번 주 일요일인가……) 


하치만(분위기상 OK해버렸지만, 이제라도 거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치만(애초에,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고, 게다가……) 


하치만(그렇지만 손가락 걸기로 약속까지 해버렸고) 


히라츠카『내놓는 여자의 일편단심 사랑, 받아드는 남자한테도 성의가 필요하다』 


히라츠카『일편단심 사랑과 성의다』 


하치만「큭」 


코마치「오빠!」폴짝


하치만「아,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오지 말라고, 놀라잖아」 




49:1 ◆4iWfcnGpVeQA:2013/10/21(月) 23:37:26.35 ID:UkIWtIoOo


코마치「아니, 무엇인가 복잡한 얼굴 하고 있어서, 풀어줄까 해서」 


하치만「쓸데없는 참견이다」 


코마치「뭐어, 그치만, 오빠가 복잡한 얼굴하고 있으면 이상한걸」 


하치만「이상하는 건 뭐냐, 이상하다는 건……」 


코마치「음, 그게 봐, 그거야 그거」 


코마치「예를 들어 심해어? 의 일종?」 


코마치「아니, 좀 더 그건가, 곤충? 미생물?」 


하치만「어이, 그만둬. 그 이상 말하면 울어버린다. 봐, 운다고」훌쩍


코마치「농담이야, 농담. 우쭈쭈, 착하지」쓱쓱




50:1 ◆4iWfcnGpVeQA:2013/10/21(月) 23:53:24.63 ID:UkIWtIoOo


코마치「뭐, 그런 건 그렇다고 하고」 


하치만「좋지 않다고. 내 하트는 너덜너덜하다」 


코마치「자, 자, 고민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코마치「코마치 짱한테 마음껏 맡겨봐!」 


하치만「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네」 


코마치「앗, 너무해, 이렇게 보여도 학교에서는 도움주고 있다고, 나」 


하치만「네에네에」 


하치만(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을 코마치한테 말하면, 좋게 흘러갈 거 같지 않아) 


하치만(여기는, 에둘러서 상담하는 게 나을 것 같군)




54:1 ◆4iWfcnGpVeQA:2013/10/22(火) 21:10:07.18 ID:yWdSDLJno


하치만「크흠……그럼 다시 한 번」 


코마치「자, 자」 


하치만「실은 말이지. 자이모쿠자가 소설 스토리에 상담해달라고 해서」 


코마치「과연, 과연」 


하치만「그 소설의 캐릭터, 임시로 A와 히로인 B라고 하자」 


코마치「흠흠, H 씨와 Y 씨」 


하치만「어떻게 하면 그렇게 들리는 건데!?」 


코마치「뭐, 신경 쓰지말고 계속해봐♪」 


하치만「……A는, 사정이 있어서, 반에서 고립되어있다」 


하치만「약간 그늘이 있는, 한 마리 늑대라고 하는 설정이다」 


코마치「우와……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네. 코마치 한 가지 배웠어」 




55:1 ◆4iWfcnGpVeQA:2013/10/22(火) 21:52:27.02 ID:yWdSDLJno


하치만「어이, 무슨 의미냐……이건 소설 캐릭터의 설정이라고」 


코마치「아, 응. 그런 걸로 해줄게」 


하치만(시끄러……) 


하치만「한편 B 양은 말이지……」 


코마치(어느쪽? 어느쪽일까?! 코마치적으로는 어느쪽이라도 응원할게♪)두근두근 


하치만「용자단려에 반의 중심인물……그리고 꽤 가슴이 크다, 이거 중요하니까」 


코마치「……응?」 


코마치(저기, 유키노 씨는 용자단려하지만, 반의 중심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지) 


코마치(무엇보다, 가슴이……음……) 


코마치(유이 씨는 가슴은 꽤 크지만……) 


코마치(용자단려라고 하기보단 귀여운 쪽……거기에 중심인물……?) 




56:1 ◆4iWfcnGpVeQA:2013/10/22(火) 22:14:35.97 ID:yWdSDLJno


코마치「응~~~~?」고개 갸우뚱 


하치만「왜 그래?」 


코마치「오빠, 혹시 B 양은 연상?」 


하치만「아니, 같은 학년……이라는 설정이다」 


코마치(연상인 둘도 아니야……혹시……) 


코마치(새로운 새언니 후보!? 이런!?) 


코마치(오빠 왔습니다, 왔어요)우후후후 


코마치「좋아, 오빠, 계속해봐」반짝반짝 


하치만「어, 어어……」(역시 그만두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58:1 ◆4iWfcnGpVeQA:2013/10/22(火) 22:45:44.46 ID:yWdSDLJno


하치만「A는 아까 말한대로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하치만「특수한 능력 소유자인 탓에 고립되어버렸다. 뭐, 자세한 능력이 뭔지는 여기서는 생략하지」 


코마치「아아, 그렇네. 슬픈 추억이 남을 테니까……」 


하치만「어이, 뭐냐. 그 눈인. 그만둬, 동정하지 말라고」 


코마치「네에네에, 따뜻한 거 여기」슥


하치만「따뜻한 거 땡큐……」 


하치만「이야기로 돌아가서, A는 최종결전 직전, B 양을 데리고 가야할지 망설였다」 


하치만「A의 능력은 B 양을 불행하게 할 지도 몰랐기 때문에」 




59:1 ◆4iWfcnGpVeQA:2013/10/22(火) 23:03:53.76 ID:yWdSDLJno


하치만「그렇지만 B 양은 따라가겠다며 듣지 않는다」 


하치만「여기서 말이지, 하필이면 자이모쿠자는 그녀를 데리고 가, 둘만 남게 되는 걸 선택했다」 


하치만「난 반론했다. 그녀는 양지의 인간, 억지로 음지로 끌어들이는 건 단순한 자기만족」


하치만「여기서는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비극 연출을 해야 한다고」 


하치만「뭐,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게 된 거다……」 


코마치「……흠」 


하치만「어때, 내가 맞지?」 


코마치「응, 오빠가 틀렸어, 그거」 




60:1 ◆4iWfcnGpVeQA:2013/10/22(火) 23:24:15.90 ID:yWdSDLJno


하치만「뭐……아니 그러니까……」 


코마치「그러니까고 뭐고, B 양은 따라간다고 말했잖아」 


코마치「그러면 데리고 가지 않는 쪽이, 자기만족이잖아」 


코마치「대체, 뭐, 슬프지만 아름다운 비극? 다들 좋아하지, 그런 거」 


코마치「그렇지만, 코마치라면, 그런 게 아니라, 둘이서 웃고, 둘만의 길을 걸어갈 거야」 


코마치「그리고 큰소리로 선언하겠지」 


코마치「괜찮아, 걱정하지 말라고」


코마치「……응, 방금 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은걸……」 


하치만「…………」 




62:1 ◆4iWfcnGpVeQA:2013/10/22(火) 23:50:17.90 ID:yWdSDLJno


하치만「그런가……뭐, 참고는 하도록 하지」 


코마치「오빠, 처음이네. 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 


하치만「소설 캐릭터라고 말했잖아, 바보」 


코마치「뭐어, 그랬던가」 


하치만「정말이지, 이제 잔다, 난 오늘은, 미생물의 얼굴로 자주지」 


코마치「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었어? 귀엽지 않은걸」니시시시 


하치만「시끄러」


코마치「오빠♪」 


하치만「응?」 


코마치「오빠를 뺏겨도 코마치는」 


코마치「괜찮아, 걱정하지 마. 각오하고 있으니까♪」 


코마치「방금 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으니까♪」 



63:1 ◆4iWfcnGpVeQA:2013/10/23(水) 00:01:03.90 ID:JtZYipIoo


코마치(그, 오빠가 말이지) 


코마치(사람은 역시 진보하는 거구나) 


코마치(하지만, 뭐, B 양이란 사람 어떤 사람일까) 


코마치(유이 씨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쿨


prrrr 


코마치「응?」 


코마치(모르는 번호가……) 


코마치「네, 여보세요. 코마치입니다만」띡


미우라『아, 처,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히키……앗, 아닌가. 저기 유이 친구인……」 


코마치(아아, 이 사람인가……) 


코마치「처음 뵙겠습니다♪ B 양♪」 


미우라『아, 네?』 




68:1 ◆4iWfcnGpVeQA:2013/10/23(水) 21:39:31.19 ID:WvxK4vEvo


하치만(어제 데이트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변하는 건 아니다) 


하치만(나는 반에서는, 외톨이, 그리고 그 녀석, 미우라는) 


하치만(반의 중심그룹으로, 그쪽에서 하야마 그룹과 청춘을 구가하는 중) 


하치만(그래, 그 녀석은 양지, 나는 음지) 


하치만(마주칠 일도, 상관할 일도 없어) 


하치만(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일상, 변하지 않은 관계) 


하치만(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치만(소중한 것이 하루만에 변하는 일 따위 있을 수 없어) 


하치만(왜 고민한 거냐? 변하길 원한 거냐? 기대한 거냐?) 




70:1 ◆4iWfcnGpVeQA:2013/10/23(水) 22:00:41.14 ID:WvxK4vEvo


미우라「뭐~ 진짜로~」꺄하하


하야마「그렇다니까」아하하 


하치만「……」짜증 


하치만(……왜 지금, 열받지?) 


하치만(미우라하고 하야마가 즐거운 듯이 떠들고 있어서?) 


하치만(질투? 아니, 미우라와 나는 단지 하루 데이트를 한 것뿐인 관계라고) 


하치만(이걸로 질투라니 이 무슨 착각남이냐, 별꼴이지) 


하치만(……세계는 바꿀 수 없다……자신은 바꿀 수 있다) 


하치만(변한 건 자기자신?) 




71:1 ◆4iWfcnGpVeQA:2013/10/23(水) 22:16:33.13 ID:WvxK4vEvo


하치만(아니, 핵심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았어) 


하치만(지금까지 몇 번이고 있었잖아, 조금 다정하게 대해준 여자한테 착각한 일) 


하치만(그것과, 다르지 않아. 다르지 않다고……아마) 


미우라「하야토, 무지 재밌지, 그거」아하하


하치만「……」짜증짜증짜증


하치만(젠장, 제엔장, 뭘 착각하고 있는 거냐!)


하치만(스스로 말했지 않는가. 원래부터 저 녀석과 하야마는 베스트 커플이라고) 


하치만(그래놓고 왜 하야마란 이름이 나온 것만으로 열받고 있는 거냐! 나는!) 




72:1 ◆4iWfcnGpVeQA:2013/10/23(水) 22:44:12.37 ID:WvxK4vEvo


딩동댕동


하치만(점심시간인가,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쐴까)


하치만(그렇게 하면, 조금은 머리를 식힐 수 있겠지)덜컹


토베「요! 어디 갈라고 했어, 대장!」탁


하치만「힉! 그만둬, 미안합니다!」 


토베「엥?」 


유이가하마「아, 힛키는 이러니까 신경 쓰지 마」 


에비나「이, 이건 신 장르 개척?! 토베X하치만?! 싫지 않은걸, 싫지 않아!」 


하야마「하하하, 히키타니 군은 재밌는걸」 




73:1 ◆4iWfcnGpVeQA:2013/10/23(水) 23:05:16.18 ID:WvxK4vEvo


하치만「 (゚д゚ )」 


토베「아니, 나도 말이지, 놀람의 연속? 이라고 할까, 경악?」 


에비나「괜찮아, 괜찮아. 남체화라는 것도 충분히 괜찮은 루트니까……후후후……」 


하야마「유미코한테서 이것저것 들었어……축하해, 응원할게. 음, 그다지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네」  


하치만「( ゚д゚)」 


유이가하마「저기, 음. 다들 알고 있어, 힛키」 


하치만「( ゚д゚ )」 


미우라「겨우 이쪽 돌아봐주게 됐으니」 


미우라「자, 자. 같이 도시락, 먹으러 가자」 


하치만「( ゚д゚ )」 




74:1 ◆4iWfcnGpVeQA:2013/10/23(水) 23:17:05.05 ID:WvxK4vEvo


하치만(있는 그대로 방금 일어난 일을 말하겠다!) 


하치만(하루만에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반나절로 완전 포위망이 형성되었다) 


하치만(무…무슨 말하는 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하치만(나도 뭘 당한 건지 잘 몰랐다…) 


하치만(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 최면술이나 *스피드 같은 건가) (역주 : 마약의 한 종류)


하치만(그런 싸구려는 절대 아니야) 


하치만(좀 더 무서운 리얼충의 소통능력의 편린을 맛본거지…) 


미우라「어찌 되도 좋지만, 왜 너 그런 이상한 얼굴 하고 있는 거야?」 




75:1 ◆4iWfcnGpVeQA:2013/10/23(水) 23:34:08.47 ID:WvxK4vEvo


하치만「아니, 그보다 왜 다른 녀석들한테 얘기하는 건데, 너?」 


미우라「별로 괜찮잖아, 아니면 싫었어?」 


하치만「아니, 별로 싫었다는 건 아니지만……」 


미우라「그럼 괜찮잖아. 숨겨서 좋은 일도 아니고」 


하치만「아니, 보통은, 이런 건 여자쪽이」 


하치만「『같이 돌아가다가 친구들이 소문 퍼뜨리면 창피하고』」 


하치만「그런 어딘가의 소꿉친구니까 같은 걸 말하는 거잖아」 


미우라「뭐야, 그 말투. 좀 더 거절할 때 배려라는 게 있는 거잖아」 


미우라「내가 불만을 말할 테니까 그 소꿉친구인가 뭔가에 좀 더 맞추라고」 


하치만「아, 미안해. 너한테 이런 이야기해봐야 안 통하지, 미안」


미우라「?」




77:1 ◆4iWfcnGpVeQA:2013/10/23(水) 23:56:28.64 ID:WvxK4vEvo


미우라「뭐, 좋아. 그것보다 빨랑 도시락 먹자고」 


하치만「어, 어어……」 


미우라「잘 먹어♪」


딸깍 


하치만「우와……」 


하치만(엄청나게 호화로운 도시락, 이라고 할 지 내가 좋아하는 거만으로 채워놨네) 


하치만(게다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아마 도시락 배열 같은 것도 고심했군. 이렇게 칼라풀한 걸 보면) 


하치만(맛은, 맛은 어떨까……)덥석


하치만「……맛있어」 


미우라「……!」 




78:1 ◆4iWfcnGpVeQA:2013/10/24(木) 00:07:35.04 ID:/wSGHYbso


미우라「정말?!」스윽


하치만(가까워, 가깝다고!) 


하치만「……맛, 맛 없으면, 비웃어줄 참이었는데」 


하치만「아, 아니……응, 맛있는……걸」 


미우라「그, 그래, 어때? 내가 말한 거 거짓말 아니지?!」스윽


하치만「저, 저기 말인데……응」(가까운 부분이 접촉하고 있는데!) 


미우라「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하치만(이 녀석, 대체 뭐냐고, 정말) 


하치만(……응?) 




91:1 ◆4iWfcnGpVeQA:2013/10/24(木) 21:48:48.88 ID:rduKGHzxo


하치만(뭐지……전에 가까이서 본 거와 다르다?) 


하치만(얼굴의 조형 같은 게 하루만에 바뀔 리는……없고)


하치만(잘 보면, 다른 게 아니라, 뭐랄까, 위화감이 있어?) 


하치만(…화장이 짙다……?)


하치만(눈 밑이 희미하게 검다……다크서클?)


하치만(밤 늦게까지 깨어있었나?) 


하치만(그러고 보니, 어제 코마치가 그 뒤에도 긴 시간동안 깨어있었지……) 


하치만(그리고, 이 도시락은 내가 좋아하는 거만으로 채워져있다) 


하치만(코마치로부터, 그 다음에 들은 건가……) 


하치만(이 비터 멜론 찬푸루에 들은 비터 멜론 같은 건 보통의 가정집에 없고 말이지) 




92:1 ◆4iWfcnGpVeQA:2013/10/24(木) 22:02:38.18 ID:rduKGHzxo


하치만(그 시간에, 사러 나갔다는 건가) 


하치만(그 시간이라고 하면, 수면시간은 2~3시간 정도밖에 없었을 터) 


하치만(아니, 여자한테는 화장 시간도 필요하니……설마 철야냐) 


하치만(나 같은 놈을……위해서?) 


하치만(정말 뭐냐고, 이 녀석은……) 


하치만(왜……왜,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 


하치만「……」으득


미우라「……히키오?」 


하치만「……저기, 하나 물어봐도 돼?」 




93:1 ◆4iWfcnGpVeQA:2013/10/24(木) 22:13:39.86 ID:rduKGHzxo


하치만「……왜 나인 거야?」 


하치만「미우라라면, 그밖에도 있잖아…… 하야마라든지」


하치만「아니, 하야마가 아니라도 좋아, 너희 그룹에서 한 명」 


하치만「그것뿐만이 아니라, 찾으면 학교 내에 후보는 얼마든지 있을 터」 


하치만「그 어중이떠중이 사이에서……」 


하치만「자랑은 아니지만, 난 외톨이에 비뚤어져 있다」 


하치만「교내에서 남자친구로 삼고 싶지 않은, 또는 존재감 없는 남자 랭킹이 있다면 상위에 속할 자신이 있다」 


하치만「왜 나인 거야……?」 




94:1 ◆4iWfcnGpVeQA:2013/10/24(木) 22:25:39.97 ID:rduKGHzxo


하치만(왜, 나 같은 걸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미우라「……」 


미우라「너 말이야, 쪼금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하치만「뭐를 말이냐」 


미우라「그럼 반대로 묻겠는데」 


미우라「너한테 어울리는 여자친구는 누군데?」 


미우라「귀여운 애? 머리 좋은 애? 운동신경 좋은 애? 성격 좋은 애?」 


미우라「못생긴 애? 바보? 몸치? 성격 더러운 애?」 


미우라「어느쪽이야?」 




95:1 ◆4iWfcnGpVeQA:2013/10/24(木) 22:38:34.14 ID:rduKGHzxo


하치만「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하치만「개성의 나열만 늘어놔도, 전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데」 


하치만「그런 걸로 선택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하치만「좀 더 종합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지」 


미우라「그거야」 


하치만「뭐?」 


미우라「네가 아까 말한 건 개성의 나열이잖아」 


미우라「스스로 안 좋은 개성만 늘어놓았던 거뿐」 


미우라「그런 걸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할 리가 없는걸




97:1 ◆4iWfcnGpVeQA:2013/10/24(木) 23:05:08.89 ID:rduKGHzxo


미우라「네가 자기평가가 낮은 건 알고 있어」 


미우라「그럼, 말해줄게. 너의 좋은 부분」 


미우라「너 말이야, 자신을 강아지처럼 생각한 적 없어? 나는 몇 번이나 있어」 


미우라「나는 강아지 같은 네가, 귀여워서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어」 


미우라「껴안고 싶고, 계속 보고 싶다고 생각해」 


미우라「그것만이 아니야. 너는 할 때에는 하는 남자라는 걸 알고 있어」 


미우라「이 전에 테니스 승부 때, 너는, 바람의 흐름을 안 순간」 


미우라「그 한 순간을 노려서, 승부를 걸었지」 


미우라「너 알고 있어? 보통 그런 상황에서 놓이면 발이 움츠러들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미우라「하지만 너는 그 한 순간에 겁내는 일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어」


미우라「그때 너는 솔직히 멋있었지」 



98:1 ◆4iWfcnGpVeQA:2013/10/24(木) 23:29:55.26 ID:rduKGHzxo


미우라「그리고 말이야, 나 말인데……」 


미우라「네가,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악당으로 몰아가거나」 


미우라「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미우라「자기일을 간단하게 뒤로 미루는 거야」 


미우라「너의 상냥함이」 


미우라「너무 좋아!」 


미우라「……그래도 말이지, 그래서 상처 받는 너의 모습이」 


미우라「나는 너무 싫은 거야……」 




100:1 ◆4iWfcnGpVeQA:2013/10/24(木) 23:44:00.77 ID:rduKGHzxo


미우라「……그러니까 이번에는 상처 입지 않아도 괜찮잖아」 


미우라「이번에는 나를 위해서, 나를 포기하지 말아줘」 


미우라「나를 계속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 


미우라「부탁이야……부탁이니까」꼭


하치만(……웃는 얼굴로 둘만의 길을 걷는다, 인가……) 


하치만「……나는 싫은걸……」 




101:1 ◆4iWfcnGpVeQA:2013/10/24(木) 23:48:57.27 ID:rduKGHzxo


미우라「……어? 어째서?」 


하치만「……」 


미우라「저, 저기, 나한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고칠 테니까……」 


미우라「그, 그러니까……부탁이야……부탁해요……」 


미우라「그, 그러니까……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줘……」 


하치만「……」 




102:1 ◆4iWfcnGpVeQA:2013/10/25(金) 00:10:27.41 ID:0KyjVwSko


하치만「……아, 무슨 착각하고 있는 거야」 


미우라「뭐…」 


하치만「아직, 나는, 너를 잘 몰라」 


미우라「응…」 


하치만「그, 그러니까 말이지……조금만 더, 보여줘」 


하치만「너의 좋은 부분도, 부족한 부분도……좀 더 보여줬으면……하니까」 


미우라「!」 


미우라「아, 알았어! 그러니까, 보고 있어!」 


미우라「남자 삼 일 만나지 않으면 눈을 비비고 보란 말도 있으니까」 


미우라「나한테서 한 순간 눈을 떼면 후회하게 할 테니」 




103:1 ◆4iWfcnGpVeQA:2013/10/25(金) 00:20:13.21 ID:0KyjVwSko


하치만「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미우라「모르겠으면, 알게 해주지!」 


하치만・미우라「……풋, 크, 아하하하하하하!」 


미우라「하, 아……」추욱


하치만「어, 어이!」 


미우라「졸려……」 


하치만「그래……」 


미우라「싫은걸. 또 볼 수 있는데도……」꾸벅


미우라「아직, 안 졸려……」꾸벅꾸벅


하치만「됐으니까 자둬……내가 봐줄 테니까」 


미우라「……」쿨




104:1 ◆4iWfcnGpVeQA:2013/10/25(金) 00:25:08.95 ID:0KyjVwSko


하치만「너, 손가락 걸기 진짜 좋아하는 구나……」휴우


하치만「손가락 걸고」 


미우라「거짓말 하면……」꾸벅꾸벅


하치만「바늘 천 개 삼키기」 


하치만「약속했다」 


미우라「쿨……음……」 


하치만「……정말」 


하치만「이래선 내가 바보 같잖아」 


하치만「바보」킥




110:1 ◆4iWfcnGpVeQA:2013/10/25(金) 22:18:30.96 ID:IBun843/o


~~방과후~~ 


유이가하마「얏하로! 유키농!」드륵


유키노「안녕, 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미안해, 힛키 오늘도 봉사부 쉰대」 


유키노「……네가 사과할 필요 없어. 히키가야 군이 멋대로 빠지는 거니」 


유이가하마「그것도 그런가」 


유이가하마「그래도, 그래도 말인데, 유키농. 음, 뭐라고 할까」 


유이가하마「힛키하고 유미코 완전 러브러브지!」 


유이가하마「오늘 점심시간에도 같이 점심 먹었다고. 물론 유미코가 만든 요리를 말이야!」 


유이가하마「그 다음에, 유미코 잠들어버려서, 보건실까지 힛키가 업어서 데리고 갔대!」 




111:1 ◆4iWfcnGpVeQA:2013/10/25(金) 22:41:57.56 ID:IBun843/o


유이가하마「힛키, 그 다음에도 유미코가 깨어날 때까지 지켜봐줘서」 


유이가하마「그래서, 그래서, 오늘도 같이 집에 갈 거라고 말했어!」 


유이가하마「벌써, 정말 베스트 커플이란 느낌이지!」 


유키노「그래」 


유이가하마「아, 좋겠다. 나, 부러운걸」 


유이가하마「언젠가……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걸!」에헤헤헤


유키노「될 수 있다고 생각해……유이가하마라면」 


유이가하마「고마워! 유키농!」꼭


유이가하마「아, 그래도 그렇게 해줄 사람을 먼저 찾아야겠네」 


유키노「……그건 아니야, 유이가하마……그건 거짓말이지」 




112:1 ◆4iWfcnGpVeQA:2013/10/25(金) 22:49:47.63 ID:IBun843/o


유이가하마「뭐……?」 


유이가하마「아니, 무슨 말 하는 거야, 유키농? 나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았는걸!」 


유이가하마「지금의 힛키와 유미코는 베스트 커플이라고 생각하고 있구」 


유키노「그러네」 


유이가하마「언젠가 그렇게 되고 싶다고도 생각하고 있구」 


유키노「그래」 


유이가하마「그러니까……그런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유키노「……유이가하마, 그건 거짓말이야」 


유키노「네가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건……」 


유키노「히키가야 군……그렇잖아?」 




113:1 ◆4iWfcnGpVeQA:2013/10/25(金) 23:00:27.15 ID:IBun843/o


유이가하마「아, 아니야. 그, 그치만 힛키는 지금 유미코하고 베스트 커플인걸!」 


유이가하마「그, 그러니까, 힛키하고는……그……그런 관계가 될 수 없다고 할까……」 


유키노「유이가하마, 나는 지금, 히키가야 군과 미우라에 대해 묻고 있는 게 아니야」 


유키노「너는……누구와, 베스트 커플이 되고 싶은 거야……」 


유이가하마「……」실룩


유이가하마「나, 나는……」 


유키노「……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어」 


유키노「네가, 두 사람의 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응원한다고 하는 것에」 


유이가하마「유, 유키농……」 




114:1 ◆4iWfcnGpVeQA:2013/10/25(金) 23:11:25.42 ID:IBun843/o


유키노「유이가하마,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해」 


유키노「네가 왜, 필요 이상으로 응원했는가」 


유이가하마「아, 아니……나……는」 


유키노「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으, 응……」 


유키노「여기는 봉사부고……」 


유키노「나는 너의 친구야」 


유키노「네가 도움의 손길을 원한다면」 


유키노「그리고 나한테 너의 친구일 자격이 있다면」 


유키노「나한테 너의 손을 쥐어줬으면 해, 그러면」 


유키노「――――내 전력으로, 너를 도울 거야」 




115:1 ◆4iWfcnGpVeQA:2013/10/25(金) 23:20:30.04 ID:IBun843/o


유이가하마「……유키농」글썽


유키노「부택해, 너의 상처 받은 모습을 이 이상 볼 수가 없어」 


유이가하마「유키농……사실은」꽉


유이가하마「유미코가 울면서 달려온 그 날」 


유이가하마「그 전에 유미코가 나한테 말했어」 


유이가하마「유미코가, 힛키하고 유치원을 같이 다녔다고……」 


유이가하마「그 시절에, 시집간다고 약속해서」 


유이가하마「그러니까, 지금부터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그러니까 응원해달라고」 


유이가하마「나는, 그 말을 듣고. 말해버린 거야」 


유이가하마「응원한다고……」 




118:1 ◆4iWfcnGpVeQA:2013/10/25(金) 23:31:52.94 ID:IBun843/o


유키노「그런 일이 있었던 거네……」 


유이가하마「……그러니까 나, 힘내서 응원했어」 


유이가하마「그치만……유미코는 계속 힛키를 생각했던 거잖아」 


유이가하마「그러니까, 그러니까……」 


유키노「자기 감정을 억누르면서까지……응원했다, 고」 


유이가하마「응……」 


유키노「그거, 괴로웠지……」 


유이가하마「저기, 유키농. 넋두리 하나 해도 될까?」 


유키노「말했잖아, 전력을 다한다고」 


유키노「막아보이겠어, 너를」 




119:1 ◆4iWfcnGpVeQA:2013/10/25(金) 23:40:37.59 ID:IBun843/o


유이가하마「비겁해, 유미코는!」 


유이가하마「그런 말을 들은 난 물러설 수밖에 없잖아!」 


유이가하마「히, 힛키도 힛키야. 데레데레 해가지곤!」 


유이가하마「확실히, 유미코는 미인이고, 가사도 만능이고!」 


유이가하마「반의 중심에다, 모두들 의지하고, 성격도 좋고!」 


유이가하마「아, 마지막으로, 소꿉친구고!」 


유이가하마「그래도 나도 나야!」 


유이가하마「나도……유미코보다……」윽


유이가하마「……저기, 유키농……나……」 


유이가하마「――――나, 유미코보다 뛰어난 게 한 가지도 없어」 




120:1 ◆4iWfcnGpVeQA:2013/10/25(金) 23:52:37.55 ID:IBun843/o


유이가하마「……나……나……」 


유키노「……」꼬옥


유이가하마「후, 크, 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너덜너덜


유이가하마「싫, 싫어, 힛키……힛키!」 


유이가하마「유미코한테 뺏기면, 더 이상, 나 같은 거 봐주지 않을 거야!」 


유이가하마「유미코, 뺏지 말아줘! 힛키를 뺏지 말아줘!」 


유이가하마「아, 아, 힛키! 힛키! 아아아, 아아아아아!!」 


유키노「……」꼬옥




122:1 ◆4iWfcnGpVeQA:2013/10/25(金) 23:57:40.80 ID:IBun843/o


~~1시간 후~~ 


유이가하마「……고마워, 유키농」 


유키노「……」 


유이가하마「이제……날도 저물었으니, 돌아가자……?」 


유키노「……그래」 


유이가하마「나는 이제 괜찮으니까」휴


유키노「유이가하마」 


유이가하마「왜? 유키농?」 


유키노「히키가야 군하고 소꿉친구란 이야기, 너 이외 누가 알고 있어?」 




123:1 ◆4iWfcnGpVeQA:2013/10/26(土) 00:03:32.28 ID:oqovYV30o


유이가하마「아마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유키노「그래, 역시……」 


유키노「역시, 미우라도 너의 친구였네」 


유이가하마「?」 


유키노「아까의 나와 같다는 말이야」 


유키노「아까의 나와 같이,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다. 아마, 그래서 너한테만 알려준 거야」 


유이가하마「!」 


유키노「오늘은 이제 돌아가자. 그리고 감정을 정리해서」 


유키노「내일, 직접 이야기하면 돼, 그렇지?」 


유이가하마「으, 응!」 


유키노「괜찮아, 너라면……」생긋




148:1 ◆4iWfcnGpVeQA:2013/10/28(月) 19:44:41.60 ID:9Goa8P7zo


하치만「……」터벅터벅 


미우라「……」터벅터벅 


미우라「저기……언제부터, 눈치챘어?」 


하치만「무슨 이야기야?」 


미우라「시치미 떼지 말고」 


미우라「기억하잖아, 유치원 시절의 일」 


하치만「……옛날 일이니까, 기억 안 나」 


미우라「A하고 B 양……그거, 결국은, 옛날 이야기잖아……」 


하치만(코마치 자식……쓸데없는 짓을)칫


하치만「그건, 자이모쿠자의 소설이다……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미우라「……못됐어」글썽


하치만「울지 마……울보」




149:1 ◆4iWfcnGpVeQA:2013/10/28(月) 19:49:33.23 ID:9Goa8P7zo


『나, 히키가야 군 진짜 좋아해!』 


매일 그렇게 말하는 게, 그 시절의 일과였다. 그것만이, 진짜로 알고 있던 것이어서, 계속 말했다.


사실은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의 한자는 유치원생이었던 나에게는 어려워서 읽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겸연쩍었던 것이었다. 그도 그대로, 자기 이름을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선생님이 불렀던 히키가야란 성으로 부르게 된 것이었다


『그래그래, 나도 미우라 진짜 좋아한다』 


그는 언제나 늘 딴쪽을 향하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말 자체는 말해줬으면 했지만 한 말이었지만, 정말이지 하고 말할 정도로 감정도 정서도 느낄 수 없었다.

 


『으, 히키가야 군. 뭔가 대충이야』 


뺨을 부풀리고, 항의의 말을 내뱉는다.




150:1 ◆4iWfcnGpVeQA:2013/10/28(月) 19:50:03.07 ID:9Goa8P7zo


그는 언제나 이렇다. 이렇게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 언제나 이쪽을 봐주지 않는다.


내 쪽을 봐주지 않는 그에게 애가 탔다. 그래서 뒤돌아봐 달라는 의미를 담아, 한 번 더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히키가야 군이 진짜 좋아요!!』 


『2번 말하지 않아도 돼』 


계속 그는 딴쪽을 향한 채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 태도에 화가 난다


왜, 라고 하는 말이 머리속에서 반추한다. 왜, 봐주지 않는 거야. 왜, 바라봐주지 않는 거야. 왜――――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이 느껴졌다. 보지 않아도 새빨갛겠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왜냐면 중요한 말이니까!!』 


『그래그래』 


아무리 밀어도 꿈쩍도 안한다. 이렇게 말해도 전혀 잡아주지 않는다.




151:1 ◆4iWfcnGpVeQA:2013/10/28(月) 19:51:36.10 ID:9Goa8P7zo


『……못됐어. 히키가야 군 못됐어!』 


나 따위, 어떻게 되든 좋은 건가. 그런 감정이 가슴에 휘몰아쳐서 마침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런 나를 보다 못했는지, 그는 지친 듯이 한숨을 쉬고 이쪽을 향한다.


『울지 마……겁쟁이』


――――처음으로 그가 돌아봐 주었다. 그게 너무 기뻤다. 얼굴에 미소가 피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겁쟁이가 아니야! 미우라 유미코라는 이름이 있는걸! 바보바보바보!』 


쑥스러워서, 그가 상처 안 나게 힘을 빼고 주먹으로 때렸다.


오른쪽, 왼쪽, 각각 번갈아서, 아프지 않게 마음을 담아서 때렸다.


『그만 하라고……』 


그는 조금 뺨을 붉히고, 곤란한 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 얼굴이 견딜 수 없이 좋았다. 그가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152:1 ◆4iWfcnGpVeQA:2013/10/28(月) 19:52:01.99 ID:9Goa8P7zo


가슴에 따뜻한 감정이 흘러나와, 그대로 하늘로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 감정은, 생각보다 먼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그를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에헤헤, 히키가야 군, 진짜 좋아』 


『그만 두라고, 숨 막혀』 


귀찮아 하는 그를 놔두고, 꼭하고 안아서 힘을 준다.


귀찮은 척 하면서도 그는 거부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게 그 나름대로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자연스레 뺨이 풀어졌다.


그래서, 제일의 감정을 담아서, 제일의 사랑을 담아서, 소리높여 단언했다.


『히키가야 군, 진~~~~짜 좋아!!』 




153:1 ◆4iWfcnGpVeQA:2013/10/28(月) 19:52:32.07 ID:9Goa8P7zo


어느날――――그 순간이 찾아왔다.


『저기, 음. 그 재수없는 자식 좋아해?』 


둘러싸여 있었다. 사람만이 아니었다. 어린애의 잔혹한 악의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따.


『으, 응. 히키가야 군, 나, 진짜 좋아』 


재수없어 하는 중얼거림이 들렸다. 주위의 눈이, 주위의 감정이, 모멸을 향해 갔다.


그때, 이해했다. 어린이는 순수하긴 해도, 청순하지는 않다는 것을.


어린이인 자신은 그것을 피할 힘도 없이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목구멍에서 오열이 멈추지 않는다――――하지만, 지지 않도록 주먹을 쥐었다.




154:1 ◆4iWfcnGpVeQA:2013/10/28(月) 20:03:17.82 ID:9Goa8P7zo


『뭐 하는 거야, 너희』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는, 떨면서도 거기에 서 있었다.


분노인가 공포인가. 어느 쪽인지는 몰랐지만, 몹시 떨고 있었다.


『아니 그게. 이 애. 너희들 러브러브라고 말한 거뿐』 


『뜨겁네, 꺄하하!』 


『재수』


그 말은 자신에게만 들리도록, 희미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 난 그런 말 안 했어』 


그는 크게 어깨를 움츠리고, 그렇게 공언했다.




155:1 ◆4iWfcnGpVeQA:2013/10/28(月) 20:03:43.63 ID:9Goa8P7zo


『뭐,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멋대로 그 녀석이 혼자 말하는 거뿐이야, 그거』 


알고 있었다, 그건 거짓말이라는 걸.


『애초에 내가 그런 못생긴 애 좋아할 리 없잖아』


그의 몸이 떨는 것도 알았다.


『나하고 그 녀석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 칼날은 자신의 마음에 꽂혔다.


『바보!』 


큰소리로 울었다.


그저, 슬펐다. 그저, 분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156:1 ◆4iWfcnGpVeQA:2013/10/28(月) 20:04:11.15 ID:9Goa8P7zo


그 이후, 그는 다른 여자애들도 못 생겼다고 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변을 말려들게 해, 남녀 관계없이 적으로 돌리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고립되어, 따돌림을 당했다.


그렇다, 그 유치원에서 그가 있을 곳은 없어진 것이었다. 주변이, 세계가 그를 적으로 돌렸다


그리고――――자신은 보고 말았던 것이다. 그가 우는 모습을


그건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그는 더렵혀진 자신의 책상을 닦으며,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왜 나냐고……왜 나인 거야……』 


중얼거리는 것처럼, 토해내는 것처럼 그는 그 말을 고르고 골라, 내 귀를 두드렸다.


그것이 처음으로 들은 그의 나약한 말이었다.



157:1 ◆4iWfcnGpVeQA:2013/10/28(月) 20:04:40.79 ID:9Goa8P7zo


그 모습은 딱해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견디지 못한 나는 그에게 뛰어갔다.


『……뭐야……』 


『히키가야 군……』 


『일로 오지 말라고, 못 생긴 게……』 


『진짜 좋아해, 히키가야 군!!』 


논리도 생각도 없었다. 그저, 감정만으로 그를 안고 있었다.


그는 거부하지도 않고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만 해……너까지 따돌림 당한다고……』 


『나, 그래도 좋아! 히키가야 군과 함께라면!』 


『……무리하지 말라고, 겁쟁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그는 자신을 떼어놓았다――――그것이, 그가 처음으로 보인 거부였다.




158:1 ◆4iWfcnGpVeQA:2013/10/28(月) 20:05:33.02 ID:9Goa8P7zo


『히키가야 군!!』 


그의 손을 잡는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그저, 그를 말리기 위해서.


『손가락 걸기……』 


『뭐……?』 


『손가락 걸고……약속해』 


『나, 미우라 유미코는 히키가야 군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 


『손가락 걸고, 거짓말 하면, 바늘 천 개 삼키기』 


『약속했다』 


『히키가야 군……나』 


『뭘, 마음대로 약속하는 거야……바보』 


그렇게 말한 그는, 손가락을 뿌리치고 망연자실한 나를 방치한 채 방에서 나갔다.


그 쓸쓸함으로 뭔가를 억누르는 듯한 뒷모습이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나를 봐주지 않았다.




159:1 ◆4iWfcnGpVeQA:2013/10/28(月) 20:05:58.53 ID:9Goa8P7zo


그리고 그 테니스 대결 후 그의 뒷모습이 언뜻 보이고 만 것이었다.


그 쓸쓸함으로 뭔가를 억누르는 듯한 뒷모습이, 분명하게.


그 때는 떠올리고 말았다. 러브코미디의 신이 있다면 이것이, 이것이야 말로.


――――둘의 청춘 러브코미디라는 것을.




170:1 ◆4iWfcnGpVeQA:2013/10/29(火) 23:08:19.57 ID:xk8R0EORo


리얼충이란 무섭다. 과거의 흑역사조차, 자신의 빛나는 추억으로 바꾸어 버리니까


이때 일어난 일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어떤 남자애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다. 남자가 히어로인 척을 하고 구해줬지만 결국 소원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건 흑역사라 밤중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몸부림칠 만큼 부끄러운 기억이다.


히어로 따위 그렇게 자주 있는 게 아니고 하물며 내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그 히어로들도 히로인과는 소원해지는 녀석이 많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아이의 폭주, 이게 그 이야기의 취지이다. 음, 솔직히 말하면 지금 바로 이불 속에 들어가 몸부림치고 싶다.


하지만 이 녀석의 반응은 다르다. 마치 내가 히어로고, 또 자신은 히로인인 것이다.


『좋아하는 남자애가 구해줘서 자신으로의 괴롭힘이 끝났다, 그러니까 신부가 되겠다』 


이게 미우라의 생각인 것이다.


뭐냐, 이 소녀 감성이나 소녀 속성 붙은 거 같은 사고회로는


솔직히, 『아빠하고 결혼할 거야』와 다르지 않은 사고로,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마음이지, 보통.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간직한 채 오히려 오래 보관된 와인과 같이 숙성까지 되어버린 것인지, 일련의 미우라의 행동은 그것을 근본으로 남아있던 것이다.




171:1 ◆4iWfcnGpVeQA:2013/10/29(火) 23:09:16.56 ID:xk8R0EORo


나는 약간의 공기를 허파로 들이마시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기억 안 나, 그런 거」 


이 녀석에게 있어서 빛나는 기억이라고 해도 나에게 있어서는 흑역사. 망각의 저편에 묻는 것이 최선이다.

 


아니, 그것보다, 퍼뜨리지 말아줄래. 부탁합니다, 무엇이든 할 테니까.


「……흐음」


미우라는 소악마적인 웃음을 띠며 허리를 굽히는 것처럼 해서 이쪽을 올려다 보았다. 솔직히 귀엽다.


하지만 그 귀여운 입가를 다시 올려서 단언하는 것이었다.


「A와 B 양의 이야기는 소설 이야기 아니었나?」 


약점에 크리티컬이었다. 그래, 계속 지금까지 나는 소설 이야기라고 얼버무린 채 이야기를 진행시켜 왔다. 그렇다면 아까의 대답은 부적절한 것이다.


바야흐로 내 이론은 다운 직전이다. 일어서, 일어나는 거다, 하고 마음 속으로 중얼대면서 나는 얼굴을 찡그린 채 어떻게 자세를 바로 세울까 하는 변명을 궁리한다.


「아니, 소설 내용을 잊은 것뿐이야. 별로, 너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괴롭다. 솔직히 빤히 보이는 걸 알지만, 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172:1 ◆4iWfcnGpVeQA:2013/10/29(火) 23:09:53.62 ID:xk8R0EORo


「……뭐, 상관없겠지. 솔직히 소설 이야기든 뭐든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미우라는 내 손을 잡고 힘차게 끌어당겼다.


「아퍼, 아프다고!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오늘 저녁 만들 거야, 쇼핑!」 


「뭐!?」


「빨리. 맛있는 요리 만들 테니까, 도와주라고!」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팔을 감아서 당겼다.


꽤 볼륨이 있으면서 적당한 탄력을 가진 부드러운 두 언덕이 팔에 닿아서 힘이 빠졌다. 가슴이란 건 비겁하구나, 가슴이란 굉장하구나.




173:1 ◆4iWfcnGpVeQA:2013/10/29(火) 23:11:37.57 ID:xk8R0EORo


나는 카트를 밀면서 이 곳에 대해 조금 고찰을 행한다.


슈퍼라는 건 정말 신기한 분위기를 지닌 장소다.


우선 남자에게 있어서 좋아서 올만한 곳이 아니다. 온다고 한다면 서비스 정신 왕성한 남편, 또는 아이가 대다수인 것이다.


그런 중에서 내 존재라고 하는 것은 어떤 존재인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외부인. 또는 방해자, 아니 박해대상이라고 해도 좋다.


자, 저쪽의 도시락집을 보자. 이 녀석은 뭘 하러 온 거냐. 여기는 전장. 늑대의 사냥터. 돼지가 오는 곳이 아니라고,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또 피해망상적인 생각하고 있지」 


「어떻게 아는 거냐」 


「너의 눈, 더 탁해졌으니까. 간단하게 안다고」 


「얼마나 날 보고 있는 거냐. 너 혹시 나 좋아하는 거야?」 


「응……많이 좋아……해」


얼굴을 급속하게 붉히면서도 눈을 피하지 않고 이쪽을 똑똑히 응시하던 미우라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솔직한 말을 들으면 이쪽도 그……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른다. 왠지 이쪽까지 얼굴이 빨갛게 되어버리잖아.


네가 빨갛게 되면 귀여운 걸로 끝나지만, 내가 빨갛게 되면 귀여움이라고는 없으니까 말이다. 제엔장



174:1 ◆4iWfcnGpVeQA:2013/10/29(火) 23:12:13.16 ID:xk8R0EORo


「저, 저기, 앞을 봐. 다른 사람들하고 부딪히잖아」 


「으, 응……」 


그 뒤 잠시동안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어, 어색하다. 정말, 뭐라고 할까, 어색하다. 힐끔힐끔 보면 그때마다 매번 눈이 마주치고 얼굴은 새빨갛고, 뭐냐 이거.


아니, 그것보다 덥지 않아. 이 슈퍼. 제대로 에어콘 튼 거냐고. 불평 한 마디쯤 점원에서 말해둘까.


저 점원도 뭔가 이쪽 보면서 웃고 있다. 여기 교육 어떻게 하는 거냐고, 제길.


「저, 저기 말이야……」 


침묵을 깬 것은 미우라쪽이었다.


미우라는 이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조금이지만 눈물이 어린 채로 뺨에는 빨간 빛을 띠고 있었다.


「나……진짜 좋아……해」


「……2번 안 말해도 돼」 


「그치만, 중요한 거니까」 


심장의 두근거림이 거칠어졌다. 두근거림으로 한결 얼굴쪽으로 피가 쏠려, 결과적으로 얼굴이 더더욱 뜨겁게 되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뭐냐고. 저 점원, 쪼개기는. 그렇게 사람 얼굴이 빨간 게 재미있냐. 나중에 투서해줄 테니까 기억해두라고.




187:1 ◆4iWfcnGpVeQA:2013/11/01(金) 00:21:25.45 ID:1LMGT1Y7o


그 다음 우리는 계산대에서 셈을 치르고 식재료를 담아 간다. 셈을 치를 때 계산대 아줌마까지 웃고 있던 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산 식재료를 봉투에 담아 간다. 이렇게 있으면 젠가를 떠올린다. 한 개, 또 한 개. 그저 묵묵히 쌓아올려서 마지막에 허문다.


협력해서 쌓아올린 젠가가 약간의 노력으로 무너지는 덧없음. 자신의 협력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왜소함을 인식하는 데는 이 이상 가는 게 없는 유희다.


만약 나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이 유희를 가르치자. 내 애라면 바로 이 세상의 섭리를 깨달아 주겠지. 그래, 장래유망하다.


이런 생각하면서 나는 이 훌륭한 작품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에 당근을 쌓기로 하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내 손은 목적인 당근을 쥐지 못했다. 쥔 것은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것. 그렇다, 미우라의 손이다.


「미,미안」 


「괘, 괜찮아. 아니, 괜찮다니까」 


그러고 보면 가족 이외의 손은 처음으로 만진 것이었다. 부드러운 감촉과 은은한 온기, 여자애 손이란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된다.


미우라의 손은 곱고 작아서, 죽 뻗은 손가락이 백자와 같이 아름답게 손이라고 하는 미술품을 수놓고 있었다.


그 감촉은 팽팽한 탄력과 친근하고도 매끄러운, 또 인간다운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었다.


의식해서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미우라는 요리를 위해 평소에 하던 네일 아트를 지우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손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침을 삼킨다. 이거, 뭐야. 나 변태 같잖아.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고.




188:1 ◆4iWfcnGpVeQA:2013/11/01(金) 00:21:58.17 ID:1LMGT1Y7o


그 미우라가 허둥지둥 당근을 자기 봉투로 옮긴다.


「어이, 잠깐만. 네 봉투, 이미 꽉 찼잖아, 이쪽으로 줘」 


나는 당근을 건네라는 듯이 미우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괘, 괜찮잖아. 이 정도는 들어가고」


「꽉 차서 봉투가 찢어지면 큰일이니까 이쪽이 낫다니까」 


「그, 그래도……」 


미우라는 횡설수설하며 반론한다.


「이, 이 당근만은, 내가 가지고 갈게. 그,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웬일인지 미우라는 고집으로 라도 당근을 넘겨주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뭐지, 너 얼마나 당근 좋아하는 거냐. 토끼냐? 쓸쓸하게 죽는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미우라를 보자 뭔가를 떠올린 거처럼 봉투를 뒤지더니, 어떤 물건을 내쪽으로 내밀었다.


「그, 그렇게 말한다면, 이 레몬을 가지고 가!」 


노란 것이, 본 것만으로 신맛을 연상시키는 그것을 내쪽으로 다시 들이밀었다.


미우라의 아름다운 손과 합쳐지니 그건 회화로 그리면 좋은 그림이 되겠지, 하고 의미없는 생각을 하고 만다.




190:1 ◆4iWfcnGpVeQA:2013/11/01(金) 00:22:34.59 ID:1LMGT1Y7o


「왜 일부러 담아놓고 레몬인 건데. 당근이 좋잖아」 


「이걸로 됐잖아……이거, 받아」 


미우라는 그 시원한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이쪽을 응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근은 안 넘겨주고 왠지 모르게 레몬을 떠넘기는 일에 열심인 듯 하다.


「그래. 이제 알았으니까……자」 


「아……」 


나는 미우라로부터 레몬을 가로채서 내 봉투에 채워넣는다. 음, 상상과 다르게 이건 하치만 젠가의 완성이다.


「그렇게 강제로 뺏는 거야……」 


미우라는 왠지 그 백자의 피부에 홍조를 띠고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왜 너 뺏겨서 기쁜 거야? 완전 M 이야?」 


「그럴 지도, 라니 그쪽이 취향? 그・렇・다・면……맞춰줄까?」 


「자, 잠, 무무무무무, 무슨 말 하는 거야!」 


「미안, 미안. 반은 농담이니까」 


반으로 나누다는 뭘!? 반은 진심이란 거야!? 도도도동정을 놀리면 안 되지, 동정은 언제나 완전 진심이라고! 손은 대지 않지만!




191:1 ◆4iWfcnGpVeQA:2013/11/01(金) 00:23:22.63 ID:1LMGT1Y7o


「아, 알았으니까 가자고. 이 바보!」


나는 미우라의 봉투를 들고자 손을 뻗었다.


하지만 미우라는 그 뻗은 손을 가볍게 잡고 봉투를 넘겨주려고 하지 않는다.


「뭐, 뭐 하는 거야」 

  

「넌 언제나 그래. 다 짊어지려고 하고……너한테만 들 게 하는 건 불공평하고,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는 미우라는 그 섬세한 손가락을 내 손가락 사이에 휘감아 온다. 이른바 연인들의 손 잡기라고 하는 거다.


아까 조금밖에 맛 보지 못한, 우아한 감촉이 내 손을 감싸온다.


그리고 미우라는 내 손을 자신의 뺨에 비비면서 기쁜 듯이 미소짓고 이렇게 선언하는 것이었다.


「……같이 절반씩, 가지고 가자?」 


나는 저항을 멈췄다.




201:1 ◆4iWfcnGpVeQA:2013/11/02(土) 20:47:07.12 ID:nv6fyKNJo


「다녀왔습니다」 


「실례합니다」 


「오, 왔어, 오빠」 


씩씩한 목소리로 계단에서 경쾌한 리듬의 발소리를 울리며 내려오는 코마치.


「앗,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안녕하세요. 전 코마치, 오빠의 동생입니다」 


어이, 뭐냐. 그 소개는. 오빠의 동생이라니, 너는 어딘가의 프레젠트 여동생이냐고. 부끄러우니까 그만둬.


「처음 뵙겠습니다. 미우라 유미코예요」


자신있는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꾸벅 고개를 숙이는 미우라.


그 동작은 절도가 있어서 아마 각도도 재보면 30도 근처는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평소의 미우라와는 다른 일면을 살짝 엿본 느낌이 든다.


의외로 OL 같은 직업도 타고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합쳐 잘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리얼충 무서운걸.




202:1 ◆4iWfcnGpVeQA:2013/11/02(土) 20:47:35.78 ID:nv6fyKNJo


「유키코 씨! 불민한 오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어이, 왜 멋대로 팔려고 하는 건데」 


「아니, 이쪽이야 말로,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너도 맞춰주지 말라고」 


나는 미우라의 손을 잡아당겨 올라가자는 듯이 재촉했다.


「아, 자, 잠깐만. 지금 신발 벗을 테니까」 


「아, 아아. 미안미안」 


그러고 보니 미우라는 선 채로 백 벨트 방식의 귀여운 뮬을 벗고 있었다.


좀 서두르는 것 같았지만 벗으려고 해도 중간에 걸려 잘 안 되는 듯 했다. 


서두르게 해버렸군. 뭔가 도울 건 없나? 도와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게 보이지 않는다. 손이 우왕좌왕한다.


「오빠, 걱정 하는 건 알겠지만 방해니까, 올라와.」 


코마치는 싱글벙글 웃음을 만면에 띄우고 나와 미우라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뭐야, 코마치. 너까지 나를 비웃는 거냐? 웃어라… 웃으라고…




203:1 ◆4iWfcnGpVeQA:2013/11/02(土) 20:48:12.58 ID:nv6fyKNJo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식욕이 돋는다. 좋은 냄새가 부엌으로 부터 풍겨 나온다.


부엌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건 물론 미우라였다.


뒤돌아보면 긴 머리를 묶어 올린 채 예쁜 목덜미를 아낌없이 드러낸 미우라가 보였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도와줄까 하고 물어봤지만


『오늘은 내한테 맡겨줘』 


하고 말해 거절당했다.


「오빠, 너무 빤히 보는 거 아냐. 그렇게 걱정 돼?」 


「그런 거 아니야. 이대로라면 내가 주부로서의 프라이드가 말이지……」 


「어떻게 봐도 요리 스킬로는 부족한 거 같은데」 


그랬다. 사실 미우라의 요리 스킬은 높다. 솜씨좋게 재료를 자르고, 여러 가지를 동시진행으로 조리하고 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도와 요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 같다. 그 때의 가족 이야기에서 볼 때 가족 사이도 좋은 것 같다.




204:1 ◆4iWfcnGpVeQA:2013/11/02(土) 20:48:46.12 ID:nv6fyKNJo


「요리 이제 슬슬 다 됐으니까, 옮겨줄래」 


「앗, 코마치, 도와드릴게요」 


상을 차리기 위해 부엌으로 향한다.


「「오오」」 


도시락으로 알고 있던 것이지만, 미우라는 보기 좋게 담는 데에도 신경쓰는 타입인 듯 하다.


레몬, 아보카도, 토마토, 양상치가 든 샐러드는 높게 살짝 쌓아올렸고, 양상치는 테두리에, 각각의 재료를 규칙적으로 원형으로 장식해서 선명한 색채를 연출했다.


디저트로는 레몬 소르베에 둥글게 자른 레몬을 곁들이고, 꿀을 끼얹어 줄무늬의 배색을 맞췄다.


주채인 카레도 밥을 중심에 산모양으로 쌓고, 그 주위는 루의 바다가 펼쳐져, 떠있는 둥글게 자른 레몬도 꽤 세련되어 보였다.


「오빠! 오빠! 놓치면 안 돼, 이 사람」 


귓가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코마치. 너, 맛있는 거 먹고 싶은 거뿐이지. 침 닦으라고, 침.




205:1 ◆4iWfcnGpVeQA:2013/11/02(土) 20:51:35.15 ID:nv6fyKNJo


「디저트는 차게 해둘 테니까 그 외에는 옮겨줘」 


「자, 침 닦아라. 옮긴다」 


「오케이!」


상차림을 끝낸 후, 식탁에 전원이 앉았다.


미우라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잘 먹겠습니다」」」 


오오, 이 카레 은은한 레몬향하고 신맛이 참을 수가 없네. 샐러드도 야채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맛있다. 샐러드도 자르는 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하더니 진짜였구나.


「맛있어요! 유미코 씨!」


「고마워, 말뿐이라도 고마운걸」 


「다음에 코마치한테도 요리 가르쳐 주세요!」 


「오케, 다음에 가르쳐 줄게」 


여자끼리 꺅꺅거리면서 대화가 오고간다.


여자 셋이 모이면 새 접시를 뒤집어 놓는다고 하지만, 이렇게 보니 둘이서도 충분하다.


근데, 시끄러워. 식사할 때는 말이지.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을 자유가 있어서 뭐랄까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207:1 ◆4iWfcnGpVeQA:2013/11/02(土) 20:52:18.12 ID:nv6fyKNJo


「그런데 유미코 씨?」 


「응?」


「오늘 요리, 레몬범벅이지요. 어떻게 된 건 가요?」


코마치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고 미우라에게 물었다.


미우라느 그 질문을 받고 마시던 물을 뿜었다. 그 물이 내 얼굴에 튄다.


「미, 미안, 히키오. 바로 닦을 테니까……」 


얼굴 빨간 채로 내 얼굴을 닦아주는 미우라. 무슨 생각이냐, 이 녀석. 뭔가를 숨기는 것 같잖아.


코마치는 그 모습을 보고 더 장난스러운 미소를 빛냈다. 응? 뭐야, 뭐가 있는 거냐.


「아, 그러고 보니 재밌는 방송 녹화가 있는데요. 틀어봐도 될까요?」 


「아, 응.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그럼 띡!」


리모콘으로 녹화방송을 틀고 싱긋하며 이쪽을 돌아보는 코마치. 이쪽 보지 말라고.




208:1 ◆4iWfcnGpVeQA:2013/11/02(土) 20:52:44.56 ID:nv6fyKNJo


방송은 아무래도 잡학 관련 퀴스 방송으로 이번에는 꽃 특집인 듯 했다.


「꽃말이란 건 멋지지요. 여러 가지 있고, 티 안 내고 어필도 할 수 있고요! 아, 방금 거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네요!」 


「뭐야, 그거. 티 안 내도 전하지 않으면 의미 없잖아」 


그렇게 내가 중얼거리니 마치 돼지우리의 돼지라도 보는 듯이 차가운 눈을 이쪽으로 향했다.


「……이러니까, 오레기는」 


어이, 방금 뭐라고 했냐. 오빠를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고.


언뜻 곁눈질로 미우리쪽을 보니 무릎 위에서 손을 배배 꼬면서 얼굴이 빨개진 채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네, 여기서 문제입니다. 레몬꽃의 꽃말이란 무엇일까요』 


그 나레이터의 물음에 미우라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얼굴도 수치와 경악으로 경직되어 있다.




209:1 ◆4iWfcnGpVeQA:2013/11/02(土) 20:53:12.13 ID:nv6fyKNJo


『아, 저 알아요』 


거유면서 바보 같은 연예인이 손을 든다. 뭔지 모르지만 이 녀석 보고 있으면 유이가하마를 떠올리게 되는 구나. 미안, 유이가하마. 그래도 대충 맞는걸.


『성실한 사랑이지요. 정말 로맨틱하죠』


움찔하고 내 몸이 흔들렸다. 머리 속에서 1, 2회 그 말을 반복한 다음,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까 오늘의 레몬범벅인 요리가, 『내 사랑을 먹어 주세요』?


머리에 피가 쏠려서 대충 얼버무리려고 마시려 했던 물을 성대하게 미우라쪽으로 내뿜었다.




210:1 ◆4iWfcnGpVeQA:2013/11/02(土) 20:54:20.01 ID:nv6fyKNJo


「미, 미안……」 


「괘, 괜찮아. 나도 미안해. 내가 닦을 테니까」 


「아니, 닦아줄 테니까 가만 있으라고」 


『음식의 꽃에도 꽃말이란 게 있군요』 


『다른 꽃말을 예로 들면, 당근의 꽃말. 어릴 적 꿈, 이란 게 있습니다.』 


와 하는 소리가 티비에서 흘러나온다. 응, 뭐라고? (역주 : え、なんだって? 나친적 주인공 패러디)


이 녀석의 어릴 적 꿈이라고 하면 신부? 이 녀석, 주머니 넣을 때 했던 대화가 설마


내 당근(어릴 적 꿈=신부)는 양보할 수 없지만, 레몬(성실한 사랑)은 드립니다, 하는 뜻.


뭐야, 이거. 기특한걸.




211:1 ◆4iWfcnGpVeQA:2013/11/02(土) 20:54:51.61 ID:nv6fyKNJo


닦고 있던 미우라의 얼굴이 더 빨갛게 물든다. 점점 눈을 내리뜨면서 때때로 이쪽을 힐끔힐끔 보고 있다.


「아, 미우라?」 


「으, 응!」 


난 부끄러워서 뺨을 벅벅 긁고 눈 딱 감고 이렇게 말했다.


「디저트였던 레몬, 가지고 와줘. 너의 레몬을……」


확하고 얼굴이 빛내면서 웃는 미우라. 웃는 이 녀석은 역시 귀엽네.


「으, 응! 잠깐 기다려. 바로 가지고 올게!」


미우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쁜 듯이 짤짤 슬리퍼를 끌면서 부엌으로 향해갔다.




212:1 ◆4iWfcnGpVeQA:2013/11/02(土) 20:55:47.90 ID:nv6fyKNJo


「오빠」 


「뭐냐」 


「오레기, 철회해줄게. 방금 건 코마치적으로 포인트 높아!」 


코마치는 히히히하고 장난치는 애처럼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린다.


「시끄러」


지금 얼굴이 엄청 뜨거우니까 빨리 샤베트가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부엌을 보자 기쁜듯한 미우라의 얼굴이 보였다.


응, 나쁘지 않아. 이 느낌.




220:1 ◆4iWfcnGpVeQA:2013/11/03(日) 19:39:00.83 ID:biixTWdRo


「배…부르다」


나는 어딘가의 요괴와 같이 만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로부터 미우라는 나를 바라보는 데 열중해서 자기 샤베트가 녹는 것도 모르는데 코마치는 빨리도 해치우고 아이스크림 두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먹는 레몬 샤베트는 달콤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차가움이 상쾌했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는 법이다. 나는 비어버린 식기를 정리하기 위해 허리를 든다.


「아니, 내가 정리한다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너한테만 맡겨서는 내가 미안하잖아」 


나는 억지로 미우라의 손에서 식기를 뺏어든다.


「……이 정도는 나한테 맡기라고」 


「그래요, 미우라 언니. 이런 일은 오빠한테 맡기면 된다고요」 


「그렇게 말하는 넌 뭘 하는데」 


「유미코 언니하고 놀기!」 


「시덥잖은 소리 마라」 


코마치는 큰소리로 웃고, 미우라는 쿡쿡대며 조용히 미소짓고, 나는 속으로 웃으며 투덜거렸다.


삼인삼색의 웃음이 식탁을 뒤덥는다.




221:1 ◆4iWfcnGpVeQA:2013/11/03(日) 19:39:31.67 ID:biixTWdRo


그리고 미우라는 너무 웃은 나머지 나온 눈물을 그 아름다운 집게손가락으로 닦고 말을 잇는다.


「그럼, 난 목욕물 데워놓을 테니까」 


「아, 부탁한……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목욕이라니 무슨 말. 설마 자고 간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요.


「응, 나. 오늘은 자고 갈 테니까」 


「뭐?」


내 마음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이 애는 그 말을 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기쁜듯한 얼굴로.


어찌된 일이냐. 요즘 젊은이들의 방탕함은 여기까지 와있던 건가. 부모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아, 이미 양쪽 부모님 다 승낙했습니다. 프로듀스 by 코마치!」 


음, 뭐지 이거. 나 못 들었다고.


미우라는 싱글벙글 미소 짓고 있고 코마치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데 코마치의 발언에서 볼 때 부모님의 원군은 기대할 수 없다.


나는 머리속에서, 해자도 매워지고, 가신과 코마치에게 둘러싸인 한 명의 무장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가신과 여동생에게마저 배신당하는 건가. 나 완전 불쌍한걸.


이런 포진이라면 사면초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리얼충, 무서운데.




222:1 ◆4iWfcnGpVeQA:2013/11/03(日) 19:40:47.02 ID:biixTWdRo


찰랑찰랑하게 채운 욕조를 가만히 바라본다. 노란 껍질이 떠올라, 달콤한 레몬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힌다.


이제와서 감추는 일 따윈 하지 않는 거겠지. 껍질에 하트 마크가 새겨져 있다. 얼마나 어필할 생각이냐고.


온도확인을 위해 팔을 넣자 여러 겹으로 파문이 펼쳐져, 수면과 레몬껍질을 흔들고는 사라진다.


온도는 적당.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체온과 두근거림은 이상할 정도였다. 숨쉬기 힘들다. 몸이 떨린다. 그리고 머리도 빙글빙글.


침착해라, 히키가야 하치만. 럭키스케베 회피를 위해 먼저 목욕하는 걸 소망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두려워할 건 없다.


빨랑 몸을 닦고 신속하게 이 위험지대로부터 탈출하는 거다. 하치만표 고양이 세수하듯 목욕하는 걸 보여주지.


――――드륵하고 소리를 내며 열리는 배후의 문. 뇌내에서의 희망은 부서지고 불길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정말 나는 지고 마는 것인가? 현황을 만약을 위해 확인해야겠다.


「등, 밀어줄게……」 


미우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다는 걸 깨달은 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폐로 공기를 들이마신다.


결심하고, 뒤로 돌아선다.




223:1 ◆4iWfcnGpVeQA:2013/11/03(日) 19:41:18.01 ID:biixTWdRo


미우라는――――목욕 수건조차 두르지 않고, 그렇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거기에 서있었다.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채 살짝 내리뜬 눈은 물기로 가득하고, 뺨은 희미하게 물든 주홍빛으로 백자의 피부를 수놓고 있다.


시선을 내린다. 또렷이 예쁜 선을 그리는 쇄골, 그 밑으로 이어지는 어깨의 라인은 여성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하기에 충분한 색향을 품고 있었다.


왼팔은 힘이 빠져 그대로 늘어뜨리고, 오른팔로 그 팔꿈치를 잡고 있었다. 게다가 두 개의 봉우리는 그 풍만한 크기를 자랑하듯, 또 아름다운 공기 모양을 과시하듯, 그리고 정상에는 연분홍색의―――― 




224:1 ◆4iWfcnGpVeQA:2013/11/03(日) 19:42:41.23 ID:biixTWdRo


비단을 찢는 듯한 비명이 목욕탕에 메아리친다.


『오빠, 시끄러워. 옆집에 실례라고』 


코마치의 말에, 이 소리가 내가 낸 목소리라는 걸 이해했다. 진짜냐, 나 이렇게 소리 낼 수 있었나.


나는 서둘러 미우라쪽으로 등을 향한다.


「무무무무, 무슨 일인가요. 모모모모, 목욕 수건은?!」 


「그건 매너 위반이잖아. 난 그런 거 안 한다고」 


무슨 말 하는 거지, 이 애. 보통 목욕 수건 정도는 두르고, 때에 따라서는 수영복이라 실망하는 시츄에이션이잖아, 이거.


「괜찮으니까, 등, 밀어줄게」 


「아, 아, 뭐지 이거. 이거 얼마, 만 엔인가요?」 


「공짜야. 무상. 0엔, OK?」 


나 아니까 말이지. 공짜보다 무서운 건 없다는걸. 그런 말은 안 믿으니까.


「됐으니까 앉아」 


「네, 네에!」 


그 말에 떠말려 무심코 앉고 말았다.


뭐냐, 이 에로게. 어디 메이커인가요? 아니면 가게 어디?



225:1 ◆4iWfcnGpVeQA:2013/11/03(日) 19:44:10.61 ID:biixTWdRo


우선 사전준비로 등뒤로부터 적당한 온도의 물을 천천히 끼얹는다. 그 뒤 펌프 노즐을 꾹꾹 눌러 보디 로션을 짜는 소리가 들렸다.


보디 로션을 묻힌 수건에 닿자, 그 차가움에 숨을 멈춘다. 그 차가움에 정말로 뜨거워지는 몸을 느꼈다.

(역주 : ボディソープを染み込ませたタオルを当てられ、その冷たさに息を呑む。その冷たさとは真逆に熱くなる体を感じた。) 


「아프지 않아?」 


「아, 어어」 


「그래」하고 안심한 듯한 소리를 낸 뒤, 계속해서 미우라는 등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갑작스럽게 어깨에 미우라의 양손이 놓이고, 부드러운 두 개의 물체가 등을 압박한다.


「저, 저기?! 미, 미우라!?」 


「아, 이거? 내가 갖고 있는 『특별』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특별』의 뭔가요?! 애초에 특별하니까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는 없습니다만!?


그대로 속행하는 미우라의 행위. 두 개의 물체가 이동할 때마다 조금씩 단단한 무언가가 등을 문지르고, 게다가 분명하게 더 가까워진 미우라의 입에서 나온 뜨거운 숨이 귀에 닿는다.




226:1 ◆4iWfcnGpVeQA:2013/11/03(日) 19:45:07.03 ID:biixTWdRo


「이, 이제 됐지! 앞은 내가 닦을 테니까!」 


「……흥, 알았어」 


몸을 떨어뜨린 틈에 서둘러 앞쪽과 머리를 닦고 더 빠르게 씻어낸다. 샴푸가 눈에 들어가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이 곳에서 떠나지 않으면 이라는 사고가 지금 이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거품이 전부 씻겨 내리자.


「자, 그럼. 다음은 내 차례네」 


「뭐?」


보디 로션이 묻혀진 수건을 집어 던지고 미우라는 등을 돌렸다.


긴 머리칼을 앞으로 내리고 등을 드러냈다. 하얗게 비쳐 보이는 피부와 예쁜 어깨뼈가 드러난 등, 앞쪽과 다름없는 색향을 풍기고 있었다.


침을 삼킨다. 서두르지 마라. 아까 한 것과 비교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 스스로를 타이르고 미우라의 등을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문지른다. 닿는 순간 조금 몸이 떨렸지만, 그 뒤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227:1 ◆4iWfcnGpVeQA:2013/11/03(日) 19:45:45.97 ID:biixTWdRo


「아, 아프지 않아?」 


「아, 괜찮아. 그대로, 그대로가 좋아」 


그렇게 말하고 미우라는 익숙한 손짓으로 그 긴 머리를 감기 시작한다.


「저, 저기 말이야?」 


「뭐, 뭔데?」 


「나 지금 말인데. 호, 혹시라도」 


「호, 혹시라도?」 


「네가 덮쳐오면, 나 아무것도 못하겠지?」


그렇게 말한 미우라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귀가 새빨간 건 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등을 씻기 시작한다. 그저, 무심하게. 그리고 미우라는 조용하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겁쟁이」


나는 그 말을 무시한 채 말없이 물을 끼얹고 앞쪽의 거품도 씻어 주었다.




228:1 ◆4iWfcnGpVeQA:2013/11/03(日) 19:46:24.62 ID:biixTWdRo


욕조에서 나온 뒤, 코마치, 미우라, 나 삼 인으로 트럼프를 하며 놀았다.


포커, 대부호, 훌라를 한 다음, 마지막에는 도둑잡기를 했다.


이미 미우라는 승리를 확정짓고 나와 코마치의 일기토를 벌이고 있었다.


「이제 슬슬 잘까」 


나는 코마치한테서 최후의 페어를 빼앗고 승리를 낚아챈 즈음에 이 제언을 진언했다.


「뭐어, 한 번 더. 오빠 이기고 도망가다니 치사해」 


「다음에 놀아줄 테니까 오늘은 이제 자자. 내일 못 일어나도 안 깨워준다」


「우우」


뺨을 부풀리고 항변하는 코마치를 무시한 채 나는 미우라쪽으로 돌아선다.




229:1 ◆4iWfcnGpVeQA:2013/11/03(日) 19:46:58.53 ID:biixTWdRo


「미우라……」 


「나는……」 


「「같이 잘 거야」」 


「지」


미우라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내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괜찮아……?」


「너, 어차피 마음대로 할 거 아냐」 


미우라는 기쁨을 얼굴 전체로 나타내며「응, 응!」하고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아, 음. 역시 코마치 잘래. 잘 자요, 두 분」 


그렇게 말한 코마치는 부끄러운지 뺨을 긁적거리고는 허둥지둥 퇴장했다.


「우리도 잘까」 


그렇게 말한 나는 미우라의 손을 잡고 내 방으로 향했다.


그때, 조금이지만 미우라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230:1 ◆4iWfcnGpVeQA:2013/11/03(日) 19:50:26.59 ID:biixTWdRo


그 뒤, 미우라를 데리고 내 방으로 안내한다. 솔직히 여자애를 데리고 오는, 아니 타인을 데리고 들어오는 일 자체가 처음이다.


나는 방에 들어가서는 두근두근하는 고동에게 가라앉으라고 빌면서 바로 침대로 다가가 드러누웠다.


「자, 너도 자라」 


「으, 응……」 


그렇게 말하고 전기를 끄자 주위가 캄캄해졌다. 여러 가지로 피곤했군, 오늘은.


하지만 그 어둠속에서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미우라 씨?


「저, 저기 말이야, 미우라. 혹시, 너 잘 때는……」 


「알몸이야」


그렇죠, 대충 상상했었습니다.


그리고 미우라는 침대에 파고들어 나를 꼭 껴안았다.


옷 위로도 알 수 있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달콤한 향기가 나를 감싼다.




231:1 ◆4iWfcnGpVeQA:2013/11/03(日) 19:51:37.65 ID:biixTWdRo


「저기 말이야……」 


「뭐냐……」 


「나, 솔직하게 말할게」 


「그, 그래」 


미우라는 진지한 눈빛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진심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나오는 말이 정말 직설적이었다.


「나, 아까 너한테 덮쳐져도 좋다고 생각했어. 아니, 유혹했어. 그리고, 지금도.」 


「어, 어이. 너 그건 마치 빗……」 


「그래, 빗치. 그래두, 내가 빗치가 되는 건…… 네 앞에서뿐이야」 


미우라는 그렇게 말하고 귓전에서 속삭이기 위해, 또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몸을 끌어당겨 더 세게 꽉 껴안았다.




232:1 ◆4iWfcnGpVeQA:2013/11/03(日) 19:52:22.75 ID:biixTWdRo


「내가 너하고 그런 걸 하고 싶은 건 말이야,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야. 알아? 사랑(恋)이란 글자에는 말이지, 밑에 마음(心)이 붙어있는 걸」 


「……알아, 그 정도」 


「그럼 나와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내 몸이 매력이 없어?」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미우라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불안, 그것이 떠는 원인이겠지.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말을 골라 대답했다.


「바보 아니야?」 


「뭐?」 


「네 몸은 충분히 에로하니까 너의 예쁜 피부하고 손을 만진 거만으로도 두근두근한다고」 


「너의, 그 쇄골이나 어깨뼈도 엄청 흥분돼. 가, 가슴은 큰 데다 모양도 좋아서, 내 취향이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신경쓰지 마……」 


이번에는 내가, 미우라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233:1 ◆4iWfcnGpVeQA:2013/11/03(日) 19:55:19.92 ID:biixTWdRo


「손을 대지 않는 건, 네 탓이 아니라 내가 헤타레인 것뿐이니까……」


미우라의 떨림이 멈췄다. 겨우 불안이 없어진 듯하다. 하지만 다음 순간――――나는 노련한 춉을 맞고 있었다.


「아, 아프다고」 


「바보. 내 몸이 에로한 게 정말이라도,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부끄럽잖아」


「그리고 헤타레라고 생각하면 고치라고」 


「미, 미안」 


「사과하지 말고……바보」


미우라는 조금씩 안고 있던 힘을 약하게 해, 나를 마주 보고 이렇게 단언했다.


「진짜 좋아해!」 


「네에네에」 


「또 적당히 받고는, 장난하지 말아」 


또 춉이 날아왔다. 그렇게 아프지 않은, 이상한 이야기지만, 미우라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234:1 ◆4iWfcnGpVeQA:2013/11/03(日) 19:57:25.07 ID:biixTWdRo


그렇게 장난쳐대던 우리였지만 갑작스레 나에게 졸음이 밀어닥쳤다. 큰 하품을 하고 눈꺼풀은 무거워져 간다.


「피곤해?」 


「피곤해」 


「그런가」


미우라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다정하게 껴안고 잠이 오게 하려는 듯이 등을 탁탁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봐줄게. 마음 편히 자」 


「미안……」 


「사과하지 말고」


그 말을 듣자 본격적으로 수마가 찾아온다. 눈꺼풀이 납과 같이 무거워지고, 사고가 어둠으로 떨어져 간다.


「잘 자……」 


「잘 자」


마지막에 본 건 미우라의 상냥한 미소였다.


나쁘지 않아, 정말로…… 나쁘지 않아.




265:1 ◆4iWfcnGpVeQA:2013/11/04(月) 23:28:19.25 ID:RsmK1Rvno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부터 쏟아져, 그 눈부신 빛에 맞고 나는 일어났다.


눈을 뜨자 이미 미우라의 모습은 없고 침대에는 나 혼자였다.


손으로 침대속을 뒤적거렸다. 거기에 남아있는 온기만이, 지금까지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꿈속이었던 게 더 나았을까, 아니면 이것으로 좋은 것인가. 아직까지도 그걸 판단하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하다.


그건, 이제부터 정하면 된다. 뭐, 십수 년 전부터의 이야기다.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천천히, 걷는 듯한 속도로 괜찮아.


눈을 비비고 큰 하품을 한 뒤 몸을 뻗는다. 아침마다 하는 일련의 동작을 마친 나는 느긋히 그녀의 온기가 남겨진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고 있으니 식욕을 돋구는 좋은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뱃속의 거지가 크게 울부짖었다.


코마치일 리가 없다. 그 녀석은 잠꾸러기니까 말이지. 이건 당연히 미우라가 만드는 거겠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된장국의 냄새에 이끌려 나는 내려가는 속도를 조금씩 빨리 했다.




266:1 ◆4iWfcnGpVeQA:2013/11/04(月) 23:29:40.68 ID:RsmK1Rvno


거실문을 열자 그곳에는 부엌에서 조리 중인 미우라가 보였다.


「아, 좋은 아침」 


미우라는 내가 온 걸 깨닫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작게 인사했다. 다된 된장국 담고 쟁반에 얹어 식탁으로 옮길 준비를 한다.


「어, 좋은 아침」 


나도 같이 인사를 하고 식탁에 걸터앉는다. 아침 메뉴는 단골인 반숙 햄에그, 어제의 샐러드, 그리고 조금 전 가지고 온 된장국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조식이다.


나는 우선, 된장국을 젓가락으로 휘저은 다음 후루룩 마신다. 이 순간은 정말로 일본인으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미우라는 그런 나를 보더니 이렇게 중얼거렸다.


「맛있어?」 


「응, 맛있네」


나는 약간 멋쩍어서 시선을 돌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가」


미우라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도 식사에 손을 올려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267:1 ◆4iWfcnGpVeQA:2013/11/04(月) 23:30:20.14 ID:RsmK1Rvno


그로부터는 잠시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미우라가 이쪽을 때때로 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저기, 미우라 씨. 그렇게 보면, 조금, 아니 무지 부끄러운뎁쇼.


나는 그런 부끄러움을 얼버무리기 위해 살짝 농담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미우라」 


「응?」


「알몸 에이프런이면, 나 힘이 났을 텐데」


「……지금이라도 할까?」 


「미안, 농담이었어」 


「겁쟁이」 


그렇게 말하는 미우라의 얼굴은 웬일인지 무척 기쁜 듯했다.




268:1 ◆4iWfcnGpVeQA:2013/11/04(月) 23:33:01.43 ID:RsmK1Rvno


나는 평소 다니는 통학로를 걷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시간을 평소와 다름 없는 순서로 변함없이, 단지 미우라가 옆에 있다는 변화를 빼고는.


「너, 소문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어디 불편할 데라도 있어?」 


아니, 이런 말하는 나도 없지만 말이지.


그러나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그건 그렇지. 옥염의 여왕이라고 까지 불렸던 미우라와 잘 모르는 이상한 남자가 손을 잡고 걷고 있으니.


주위에선 내가 끌려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어라, 보통 이럴 때 반대 아닌가. 왜 저놈만 같은 반응이지, 어라?


「왜, 이상한 얼굴 하고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나는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가슴속 깊이 간직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건 미우라한테 물으면 아마 최대급의 춉이 날아오겠지.


그런데……도.


「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침부터 이 녀석의 화난 얼굴을 보는 건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아니야」 


「히키오 이상해」


천진하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미우라. 아아, 아침에 본다면 이쪽이 좋구나 하고 나답지 않은 생각을 하고 말았다.




269:1 ◆4iWfcnGpVeQA:2013/11/04(月) 23:33:44.27 ID:RsmK1Rvno


「히, 힛키, 유미코!」 


평소와 같이 귀여운 목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


「유이가하마냐…… 안녕」 


「얏하로, 유이!」


「얏하로! 가 아니라고!」 


무슨 *노리츳코미하는 거냐, 얘. 조금 머리가 아픈 애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역시 천재인가. (역주 : 보케한테 적당히 맞춰주는 척하다 돌아서서 츳코미 하는 일)


「그, 그게 아니라. 나, 나 유미코한테 할 얘기가 있어……」


횡설수설하며 그 풍만한 가슴 앞으로 손을 꼼지락꼼지락 대는 유이가하마.


손보다 가슴에 가는 것은 슬픈 남자의 본능이다. 어쩔 수 없고, 어쩔 수도 없다.


「뭔데, 유이?」 


앞으로 구부려서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미우라. 그 얼굴에는 무척 기쁜 듯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이, 이 녀석. 유이가하마가 무슨 말하려는 지 알고, 어떻게 가지고 놀려고 하는 구나. 미우라 씨, 진짜 악녀.




271:1 ◆4iWfcnGpVeQA:2013/11/04(月) 23:34:19.31 ID:RsmK1Rvno


「아, 아니. 여기서는, 좀 그러니까 방과 후라도」 


「아, 미안. 나, 방과 후에는 일이 있으니까 점심시간으로 해주지 않을래?」 


「아, 아. 그, 그래두, 점심시간은……」 


아, 왜 이쪽을 힐끔힐끔 보는 겁니까, 미우라 씨? 유이가하마 씨? 보지 말라고.


「나는 상관없는데 말이야. 반대로 점심시간은,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 건……아니……지만」


「그럼, 그런 걸로!」


미우라는 강제로 약속을 잡고는 내 팔을 억지로 잡아당겼다.


「그럼, 우리는 먼저 학교 갈 테니까」 


「어, 어이. 잡아당기지 말라고」 


「으, 응」 


마지막에 본 유이가하마의 얼굴이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이 보여서 나는 조금이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272:1 ◆4iWfcnGpVeQA:2013/11/04(月) 23:35:09.36 ID:RsmK1Rvno


점심시간, 나는 약속대로 유이와 둘이서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했다.


유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 때문에, 그때 유이에게만 히키오와의 관계를 털어 놓았으니까.


「유이, 이제 슬슬 말해주지 않을래」 


「으, 응」 


유이는 안짱다리로 꼼지락꼼지락대며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 멈춘다.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뭘 하고 있는 걸까. 말하고 싶은 거 따위 뻔하잖아.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됐어. 결말이 안 나네. 이쪽에서 말해버리자. 그렇게 끝내버리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유이의 얼굴이,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응시하고 기운차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273:1 ◆4iWfcnGpVeQA:2013/11/04(月) 23:35:42.55 ID:RsmK1Rvno


「나도, 힛키 좋아해」


그래, 그 말이 듣고 싶었다. 이 속마음이 알고 싶었다.


유이가 속마음을 자신에게 부딪혀 온 것이 기뻐서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러나 여기서 그걸 깨달을 수는 없다. 그 미소를, 짓궃은 미소로 억지로 바꾼다.


「흐음. 그럼 날 응원해 준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었어?」


일부러 고압적인 말투를 쓰고는 유이를 노려본다. 스스로도 심술궂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안 하면 유이는 속마음을 부딪혀 오지 않는다.


유이는 여전히 나를 응시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분노도, 원망도 아닌 그저 순수한 눈동자로.


「아니야. 나는 유미코 좋아하니까, 응원해」 


「그럼 히키오는, 포기하는 거네」


「그것도 아니야. 힛키는…… 아주 좋아하니까」 




275:1 ◆4iWfcnGpVeQA:2013/11/04(月) 23:36:18.51 ID:RsmK1Rvno


보통사람이 들으면 모순되는 이 말. 하지만 그게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나, 나 힛키도, 유미코도 좋아하고, 어느쪽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유이는 손톱이 파고들 때까지 주먹을 쥐고 몸을 차례대로 떨고는 굵은 눈물마저 흘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눈동자만은 똑똑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 포기하기 싫어……!」 


그래, 그게 너의 속마음. 서투르고 요령 없고, 귀엽고 귀여운 유이.


속마음을 전력으로 부딪혀줘서 정말 고마워. 소중한…… 정말 소중한 유이.


이번에는, 나의 전력을 보여줄 차례다.




276:1 ◆4iWfcnGpVeQA:2013/11/04(月) 23:37:01.53 ID:RsmK1Rvno


나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광경에 어떤 코멘트를 남겨야 할까.


「도, 도와줘, 힛키!」


「괜찮잖아, 닳는 것도 아니구. 너도 좋은 거 아냐, 좋은 거 아냐」 


지금, 미우라는 유이가하마의 등을 잡고 그 풍만한 두 언덕을 마구 주무르고 있었다.


유이가하마의, 미우라의 그것보다 큰 두 개의 풍선이, 화려하게 춤추고, 유연하게 휘어진다. 그렇다. 이건 바야흐로 *카유발인 것이다. (역주 : 카니발의 니를 젖유로 대체한 말장난. 일본어 발음은 카뉴발)


「뭘, 하는 거야?」 


나는 미우라에게 곧 이야기가 끝나니까 조금 시간을 두고 와달라고 들었는데.


건조시간 10분으로 어째서 그런 훌륭한 치…… 아니, 어떻게 왔어요 왔어 상태가 되어버린 건가요.




278:1 ◆4iWfcnGpVeQA:2013/11/04(月) 23:37:52.10 ID:RsmK1Rvno


「아, 이거?」 


「응」 


「어때, 이 *애인 후보? 굉장하지. 나도 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거에는 졌어」 (역주 : 일본어 애인에는 정부라는 뜻이 있음)


갑자기 튀어나온 그 단어에, 뿜었다. 갑자기 무슨 말 하는 거야, 이 빗치.


「무무무무, 무슨 말이야?! 유미코!?」 


유이가하마는 입을 뻐끔뻐끔하면서도 항변의 목소리를 높힌다. 그렇죠, 갑자기 애인 취급이니까 말이지.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부인이 되는 걸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 


「그그그그, 그러니까……그, 애인 같은 거……」 


「그, 그렇지. 갑자기 무슨 말이야, 너」 


그렇게 말한 미우라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우고 선언한다. 유이가하마의 젖을 주무르면서. 부럽네.


「할머니가 그랬어. 애인 한 명이나 두 명쯤 용서해줘야 비로소 좋은 아내라고」


「오히려, 찾아줄게. 나 무지하게 좋은 아내지?」 


「아니, 그 이론은 이상한데」 


「우, 괜찮으니까 받으라고」 


그렇게 말하고 미우라는 나를 껴안았다. 그렇다. 유이가하마를 샌드위치하는 형태로.




279:1 ◆4iWfcnGpVeQA:2013/11/04(月) 23:38:34.70 ID:RsmK1Rvno


「자, 잠깐, 유미코?!」 


유이가하마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에는 홍조를, 눈은 놀라서 크게 뜨고 있었다.


「……으, 으으으, 으으으으으!」 


유이가하마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꼬면서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딱 그 동작을 멈추고 뭔가를 결의한듯 이쪽을 똑바로 바라본다.

 


「힛키!!」 


「네!」


「좋아해!」 


어, 갑자기 무슨 말 하는 거야, 이 빗치.


내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유이가하마는 토라진 듯이 뺨을 부풀이고 다시 한 번 외쳤다.


「좋아해!!」


「아, 알았으니까, 알았으니까 소리치지 마라. 다른 애들이 듣잖아」 


유이가하마는 그 말에 앗하고 얼굴을 빨갛게 하면서 주위를 바라보고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미우라 씨, 뭘 싱글벙글하고 있는 겁니까. 빨리 이 애의 폭주를 막아 주세요. 아니 폭주시킨 건 이 녀석인가.




281:1 ◆4iWfcnGpVeQA:2013/11/04(月) 23:39:22.11 ID:RsmK1Rvno


「좋아, 잘 말했어!」 


이렇게 말한 미우라는 유이가하마를 떼어놓고 갖고 있던 파우치에서 귀여운 도시락통을 두 개 꺼낸다.


어라, 나한테는 한 개, 이미 줬으니까. 이건.


「자, 상이야!」 


미우라는 도시락통 하나를 유이가하마에게 내민다.


「자, 셋이서 같이 먹자!」


미우라는 무언가를 해낸 듯 상쾌한 기쁨과 미소를 만면에 띄웠다.




304:1 ◆4iWfcnGpVeQA:2013/11/06(水) 23:30:04.98 ID:wBC5MyF3o


「너, 어쩔 생각이야」 


나는 돌아가는 중 미우라에게 물었다. 이제 이 녀석이 뭘 하려는 지 모르겠다.


그 뒤, 같이 도시락을 먹고,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담소하고, 미우라와 유이가하마는 평소와 같이 둘이서 돌아갔다.


어떻게 된 거냐. 모 학교의 나날이라면 수라장을 넘어서 *슬픔의 저편이라고. 이 녀석들 정신구조가 어떻게 된 거야? (역주 : 스쿨데이즈의 BGM)


「뭐라니, 그대로인걸」 


미우라 놀란 얼굴로 그렇게 답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애인이라니……너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그 정도 알아」


「그런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 할 거야……이 관계」


나는 머리를 싸맨다. 이래선 내가 양다리 걸치고 있는 나쁜 놈인 것 같잖아. 유이가하마는 애인으로도 좋다고 하는 건가.


애초에 나하고 미우라가 사귄다고도 하지 않았으니 어떡하냐고, 이거.




305:1 ◆4iWfcnGpVeQA:2013/11/06(水) 23:31:28.44 ID:wBC5MyF3o


「그러니까, 지금은 유이는 나를 응원하고 그 다음에는 내가 유이를 응원해준다는 이야기잖아」 


「너, 내 마음은 완전 무시냐고……」 


「그럼 너의 마음은 뭔데」 


확실히 지금의 나에게는 미우라, 아니면 유이가하마, 또는 둘 다 거절, 그것도 아니면 둘 다 고른다고 하는 선택지까지 있는 건가.


그럼 여기서 지금 내 마음에 솔직한 답을 선택해 보자.


「……미우라를 선택. 유이가하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애인이란 관계가 바람직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주위의 시선도 있고 하니 언젠가는 파탄난다.」


그래, 애인이라고 하는 관계는 어떻게 봐도 주위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문이 나고, 박해당한다. 애가 있다면 따돌림 대상이 되고 말겠지.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까놓고 지금의 나의 마음은 유이가하마보다, 미우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니 선택하라는 말을 들으면 미우라를 선택한다. 유이가하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게 내 생각이다.




306:1 ◆4iWfcnGpVeQA:2013/11/06(水) 23:32:13.17 ID:wBC5MyF3o


하지만 그 답을 들은 미우라는 얼굴을 굳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본다. 왜, 왜 그래. 아무것도 잘못한 건 없잖아!


「기쁘기는 한데. 그래서 그거 너는 유이하고는 똑똑히 마주한 다음 하는 이야기야?」


기쁘다고 하는 데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다. 아, 위험하다. 옥염의 여왕 님의 진노다. 웰던이 되어버릴 거 같은데 나는 레어가 좋거든.


「그렇다면 너는 불평하지 마. 그 대신 너를 반 죽여서 유이한테 사과하게 할 거야.」 


지금 바로 하이킥이 날아올 것 같은 오라가 피어오른다. 왜 나는 아무리 애써도 절망일까?


「……뭐, 알았어. 아직 결정된 건 아니니까. 그래도 내 희망은 둘 다 선택해 주는 거」


미우라는 진노를 억누르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하고 한숨을 쉰 다음, 그렇게 말했다. 잠시 진노는 가라앉았지만 아직 오라양으로 볼 때 위험하다.


「나는 잘 모르겠네. 두 명 선택하면 미소녀 둘을 겟할 수 있는데」 


「아니, 양다리 같은 건 남자로서의 프라이드가……」 


「주부가 되고 싶다는 놈이 그런 말을 하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네」


주부가 뭐가 어때서! 남녀평등인 이 사회에서 제대로 된 직업이라고…… 남녀평등이라면 남자의 프라이드라는 건 모순이지. 지금 알아차렸다.




307:1 ◆4iWfcnGpVeQA:2013/11/06(水) 23:32:46.98 ID:wBC5MyF3o


미우라는 또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진노의 오라는 거의 가라앉은 것 같았지만 아직도 여차하면 하이킥이 날아올 정도로 화난 상태다.


그래도 *반쯤 치켜뜬 눈은 귀엽다고 생각한다. 가끔 화나게 해서 이 얼굴 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뒤 죽을 거 같지만. (역주 : ジト目 반쯤 감은 눈)


「너 말이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우선은」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나를 직시한다. 그만해 주세요, 미우라 씨. 얼굴 완전 짓눌렸는데요.


「나를 보고 나에 대해 정한 다음 유이를 봐. 하나씩 하나씩. 같이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렇게 말한 미우라는 내 얼굴을 놓고 나서 조용히 미소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바보」




308:1 ◆4iWfcnGpVeQA:2013/11/06(水) 23:33:55.49 ID:wBC5MyF3o


약속한 일요일에 약속한 장소로 약속한 30분 전에 도착했다.『하나도 안 기다렸어』를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말해보고 싶어서.


「오, 히키오. 빨리 왔네」


그런 내 희망을 때려 부수는 듯 당연한 것처럼 서있는 미우라 씨. 한 번 정도는 말하게 해달라고.


「얼마나 빨리 온 거야」 


「응? 30분 정도일까?」 


진짜냐고. 너 얼마나 기대한 거냐. 1시간이나, 아니 그렇게 시간 많은 건가.


「기다리게 한 것 같네. 미안」


「아니, 괜찮아. 좋아하는 사람 기다리는 시간이란 건 즐거운 거라고」


뭐지, 그 대사, 멋있네. 하나도 안 기다렸어 보다도 멋있는걸.


잠시동안 나는 패배감을 맛보면서 다시 한 번 미우라의 모습을 본다. 기쁜 듯 수줍어하는 게 비겁하다.


복장이라고 하면 위에는 심플한 하얀색 단색의 와이셔츠에, 반지로 마무리한 짙은 감색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전체의 밸런스를 잡고 있다.


아래에는 검은 데님 레깅스와 가죽 벨트, 신발은 갈색 가죽 부티. 전체적으로 귀여운 쪽보다는 멋쟁이계로 정리한 인상이다.




309:1 ◆4iWfcnGpVeQA:2013/11/06(水) 23:34:21.47 ID:wBC5MyF3o


「그럼 갈까」 


「그치만 공장 축제잖아. 이런 곳으로 괜찮은 거야?」 


「아니, 출품물도 이것저것 있으니까, 그리고 남자라면 이런 기계 같은 거 좋아하잖아?」 


뭐, 한 명의 남자로서는 큰 기계가 위잉위잉하고 움직이는 건 로망이지만 공장은 지저분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다지 데이트 코스란 이미지가 아니다.


「괜찮잖아. 자, 버스 왔으니까, 타자」 


나는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미우라에게 끌려 무료왕복 버스에 올라탄다.


미우라가 끄는 힘에 오늘 하루도 피곤하겠다는 예감이 들어 나는 체념과 기쁨을 담아 한숨을 쉬었다.




317:1 ◆4iWfcnGpVeQA:2013/11/08(金) 22:03:15.00 ID:Rs3OiBUQo


「꽤 사람 있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잘은 모르지만 이 축제는 십수 년 전부터 계속되어 나름대로의 역사가 있는 축제라고 한다. 지역과 기업의 유대를 생각해 이런저런 행사가 열리는.


팸플렛을 보자 축제의 단골 가판대는 물론 히어로 쇼, 연예인 초대한 이벤트, 프리마켓 등 가지각색의 출연물이 준비되어 있다.


출연물의 경향을 보건대, 어쩐지 가족동반 손님이 타겟인 듯 했다. 손님 중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가족도 많기 때문이겠지.


「아, 봐봐, 봐봐. 저거 저기에 *미코시 멘 사람 있어」 (역주 : 제례 때 신위(神位)를[혼백을] 모시고 메는 가마. 출처 : 네이버 사전)


미우라가 가리키는 쪽을 보자 확실히 미코시를 메고 떠드는 젊은 사람들이 보였다.


축제 행사라고는 하지만 저것만은 이해가 안 된다. 무겁고, 지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귀찮다.




318:1 ◆4iWfcnGpVeQA:2013/11/08(金) 22:04:10.63 ID:Rs3OiBUQo


「미코시 좋아해?」


「화려한 미코시는 좋아하는데. 또 귀여운 것도 있잖아. 그런 건 보는 것만으로 즐겁고」 


「아, 확실히 그렇지」 


키〇이 쨩이라든지. 너 일본 전통문화를 뭘로 보는 거야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지.


「어릴 적에는 저런 거 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립네」


문득 *핫피를 입고 머리띠를 찬 미우라가 미코시 위에 타고 선두에 서는 모습이 머리속을 스친다. 남자들 앞에서 이외로 어울리신다.

(역주 : 축제 참가자나 장인들이 주로 입는 일본의 전통 의상. 출처 : 위키백과)


「아, 지금 뭔가 이상한 상상했지?」 


「그, 그럴 리가 없잖아」


횡설수설하며 대답하자 미우라는 지그시 이쪽을 쏘아본다.


아니, 정말로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뿐이니까. 미우라 씨의 핫피 입으신 모습 정말로 어울리신다니까.


웃는 얼굴로 선두에 서서 시원하게 땀을 흘리고 그 때문에 핫피 틈 사이로 보이는 빛바랜 부분이 찰싹 피부에 달라붙어 여성의 라인이 노출된 미우라가 보였으니.


……어라, 뭔가 모르는 사이에 에로한 방향으로 망상이 뻗어나가는데.



319:1 ◆4iWfcnGpVeQA:2013/11/08(金) 22:04:43.90 ID:Rs3OiBUQo


「……이번에는 에로한 거 생각하고 있고」


나는 어느새 히죽거리는 입을 손으로 덮는다. 위험. 시선이 자연스레 미우라의 가슴쪽으로 향하고 만다.


「그, 그런 거 아니야」


「흐음……에잇」


미우라는 자신의 가슴을 휘감듯이 팔짱을 꼈다. 옷 위에서도 알 수 있는 부드럽고 풍만한 두 언덕이 내 팔을 누른다.


「미, 미우라 씨?!」


「그렇게 내 가슴만 보다니 히키오도 정말 야하다니까」


미우라는 올려다보는 눈으로 매혹적인 미소를 보내며 팔 전체로 그 두 언덕의 감촉을 문지르듯이 몸을 위아래로 흔든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때 하지 그랬어」


미우라는 살짝 뺨을 부풀리고는 향변의 뜻을 보낸다. 심히 유감이다.




320:1 ◆4iWfcnGpVeQA:2013/11/08(金) 22:05:16.45 ID:Rs3OiBUQo


「시, 시꺼. 나도 그러면 소중한 걸 내놓지 않으면 안 되잖아」 


「괜찮아. 기쁘게 받고 나도 내놓을게. *비겼지」 (역주 : おあいこっしょ)


뭐, 그건 기쁜……아니, 엄청난 커밍아웃, 고맙습니다!!


「뭐, 됐나. 나도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좋고」


「어, 어째서?」


「조금 더 하면…… 확실하고, 처음해서 생기는 편이 뭐랄까, 멋지잖아?」


그 정보 필요 없었는데요. 아니, 뭐가 멋지냐고. 야단법석이잖아. 나는 여기저기서 무릎 꿇어야 된다고.


「노, 농담이지요」


「응, 농담」


싱긋 하얀 이를 보이며 웃는 미우라.


그, 그렇죠, 농담인가요. 나는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아니, 요만큼도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어느 쪽이냐고 하면 빨리 마음껏 하고 싶고…… 그리고 만약 생긴다면 첫날밤인 게 멋있잖아」


나는 그 폭탄발언을 듣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마음대로 하세요.




321:1 ◆4iWfcnGpVeQA:2013/11/08(金) 22:06:05.47 ID:Rs3OiBUQo


나는 그 뒤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았다. 이 축제에서는 공장을 바깥에서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배를 빌린 듯 했다. 참 거창하게 하는군.


그리고 나서 가판대에서 산 *모츠니코미를 쓸어담으면서 조금 시간을 보낸 다음 배에 탑승한다. 출항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바다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역주 : 일본식 내장탕)


「오, 굉장하네」


나는 거대한 굴뚝에서 요란하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의 목소리를 높힌다. 환경문제 같은 걸 지껄이는 인간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는 걸까.


「오, 미우라 짱이잖아. 와 주었네」


뒤를 돌아보자 작업복을 입은 여자가 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 


「아, 우리 부모님 지인이야. 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 같아」 


오, 공장에서 여자인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드물지.


작업복을 입은 여자는 이쪽으로 기쁜 듯 뛰어오더니 내 얼굴을 뭔가를 재는듯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323:1 ◆4iWfcnGpVeQA:2013/11/08(金) 22:06:53.16 ID:Rs3OiBUQo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 이쪽이 유미코 짱의」 


「자, 잠깐. 아직 이 녀석하고 나는」


「괜찮으니까, 말하지 마. 그것보다 무료배포 커피가 저쪽에 있으니까 남자친구 것도 가져와」


「지, 진짜!」


미우라는 뺨을 부풀리면서도 무료배포 커피를 가지러 갔다.


「유미코 짱의 남자친구 씨, 아니. 꽤 잘생기셨네.」


「칭찬인가요?」


속 보이는 말에 바로 받아친다. 다른 의미로 말했을 지도 모르니.


「아, 들켰나?」


「저한테 그런 말 해봐야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장래의 간부후보생에게 환심을 사두는 건 꽤 중요한걸」




324:1 ◆4iWfcnGpVeQA:2013/11/08(金) 22:07:34.17 ID:Rs3OiBUQo


뭐……라고……


「우리 회사 꽤 크니까. 간부후보생이면 밥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처음 느꼈던 위화감, 즉 이 데이트 목적을 눈치챘다. 그렇다, 이건 나를 취직시키려고 하는 미우라의 덫이었던 것이다!


「기다렸어. 여기, 히키오 거!」


등 뒤에서 미우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젠장, 내 순수한 마음을 농락하다니.


「어어, 미우라. 어쩔 생각이야?」 


「응? 어쨌다니……」 


「왜 여기에 취직시키려고 하는 거냐고」 


미우라는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325:1 ◆4iWfcnGpVeQA:2013/11/08(金) 22:08:04.44 ID:Rs3OiBUQo


「내 꿈이 뭔지 알고 있잖아. 나한테 그 꿈을 버리라고 하는 거야?」 


「아, 아니야. 나는 그럴 생각으로 여기 데려온 게 아니라!」


주륵주륵 굵은 눈물을 흘리며 믿어 달라고 애원하는 표정의 미우라.


「미……믿어줘. 나, 나 히키오의 꿈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라도 할 생각이니까!」 


미우라는 오열하며 울부짖는다.


이렇게까지 한다면 미우라의 의사가 달랐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는 것은.


등 뒤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린다. 음, 놀린 거였나.


「미, 미안, 미안.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줄은 생각 못해서」


너무 웃어서 나온 눈물을 닦는 여자. 이 사람 무섭네.


「아니, 그렇게 러브러브하면 두 사람 사이는 안심이네.」


뭘 혼자서 끄덕이며 납득하는 거야, 이 사람.




326:1 ◆4iWfcnGpVeQA:2013/11/08(金) 22:08:43.57 ID:Rs3OiBUQo


내가 항변의 목소리를 높이려고 한 그 순간. 뒤에서 맹렬한 노기를 느꼈다. 아, 많이 애통하시겠죠.


「엉덩이……내밀어……」


「저, 저기. 유미코 짱. 나, 나 지금 일하는 중이고 입장도 있으니까……저기, 그, 사, 사과할게……」 


「닥 치 고 엉 덩 이 내 밀 어 ! !」


「네……」


미우라의 시퍼런 서슬에 떠밀려 여자는 돌아선다.


그 순간 그래도 되냐고 할 정도의 속도로 미우라의 발이 면도날과 같은 날카로움으로 아름다운 반월도를 그리면서 여자의 히프를 걷어찼다.


애처로운 비명이 주위에 메아리친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저것만큼은 맞지 않도록 하자고.




327:1 ◆4iWfcnGpVeQA:2013/11/08(金) 22:09:22.56 ID:Rs3OiBUQo


이미 해도 지고 해질녘이 가까워 졌을 무렵에, 우리는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한다.


「재밌었어?」


미우라는 고개를 기울이며 나한테 그렇게 물었다.


그 뒤에도 싸구려 히어로 쇼도 보고 이름도 모를만한 뮤지션의 연주도 들었지만.


뭐, 꽤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예쁜 여자애와의 데이트고 말이지.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한다.


「뭐, 즐거웠어. 의외로」


「그런가」


그렇게 말하는 미우라는, 그 테니스 때와 같이, 얼굴을 석양빛과 같이 물들이고 미소짓고 있었다.




328:1 ◆4iWfcnGpVeQA:2013/11/08(金) 22:10:41.93 ID:Rs3OiBUQo


그때였다. 바로 근처에서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미우라는 곧장 그 목소리에 반응해 행동을 시작한다. 이 녀석은 이런 부분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엄마란 느낌이군.


「괜찮니?」


미우라가 곧장 달려가서 넘어져 무릎이 까진 작은 여자애에게 손을 내민다.


「어, 엄마가 어딘지 모르겠어」 


아마 미아가 된 끝에 넘어져서 울고 있다고 하는, 다 큰 주제에 아직도 걸음마 배우냐고 묻고 싶어지는 전개인 것 같다.

(역주 : どうやら、迷子になった挙句、転んで泣いてしまうという、べたにも程がある展開らしい。)


「그래. 그럼 언니가 찾아줄게」 


그렇게 말한 미우라는 파우치에서 *미조레타마를 꺼내든다. 사탕을 할상 준비하고 다니다니, 너 어딘가의 오사카 아줌마냐고. (역주 : 사탕 브랜드)


그 미조레타마의 포장을 벗기고 사탕을 여자애에게 건넨다. 여자애는 그걸 입안 가득 넣고는, 울음을 그치고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329:1 ◆4iWfcnGpVeQA:2013/11/08(金) 22:11:32.07 ID:Rs3OiBUQo


「진짜 왜 내가」 


「투덜거리지 좀 마」 


지금 나와 미우라는 소녀를 사이에 두고 셋이서 손을 잡고 있다. 나는 미우라에게 맏은 미조레타마를 깨먹으며 여자애의 부모를 소리높여 부른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 소녀는 나와 미우라를 번갈아 보더니,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소녀는 부끄러운 것처럼 미우라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언니? 엄마?」 


나는 참지 못하고 뿜었다.


어, 엄마라니……확실히 미우라는 엄마 같은 면이 있지만, 어린애는 잔인하구나. 순수함이 흉기란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다.


「엄마라네, 엄마」 


그렇게 말하자 미우라는 얼굴을 붉히고 말없이 내 귀를 잡아당겼다.




330:1 ◆4iWfcnGpVeQA:2013/11/08(金) 22:12:04.41 ID:Rs3OiBUQo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애는 조금 걱정되는 눈길로 미우라를 본다.


「안 돼, 아빠하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어, 그러니까, 이 애가 엄마라고 말하는 건 곧…… 


난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얼굴로 피가 몰린다.


「얼굴 새빨간데 괜찮아, 아빠?」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걱정스러운 듯이 중얼거리는 소녀. 미안하지만 그 이상 말하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미우라도 그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있었다. 문득 서로 눈이 마주친다.


「나는 네가 좋은데」 


「아니,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 


서로를 보면서 그렇게 웃는다. 거기에 이끌려 소녀도 웃고, 웃는 목소리의 협주곡이 울려퍼졌다. 정말이지, 여자애는 최고구만.




331:1 ◆4iWfcnGpVeQA:2013/11/08(金) 22:12:54.53 ID:Rs3OiBUQo


소녀의 부모를 찾아, 소녀와 작별인사를 한 다음 우리는 잠시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저기, 슬슬 이쯤이 좋지 않아」 


그렇게 말을 꺼낸 건 미우라 쪽이었다.


미우라는 부끄러운듯, 꼼지락꼼지락대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키오……나하고……나하고 말인데……」 


「기다려……」 


나는 억지로 미우라의 말을 막는다. 대답은 정해져 있다. 이미 예전에 함락되었으니 말이지.


미우라의 손을 잡고 미우라를 똑바로, 눈을 돌리지 않도록 하며, 똑똑하게 쳐다본다.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 따윈 이제 신경쓰지 않는다.




332:1 ◆4iWfcnGpVeQA:2013/11/08(金) 22:13:21.64 ID:Rs3OiBUQo


「지, 지금까지 너한테만 말하게 했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말하게 해줘……」 


「으, 응……」 


「나, 나의……」 


나는 여기서 망설였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던 것이다. 여자친구라고 하는 말이 적절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


『신부』 


내 뇌리에 그 말이 떠오른 순간


「내 신부가 되어줘」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고, 확실히, 분명하게 이 말을 내뱉었다.




333:1 ◆4iWfcnGpVeQA:2013/11/08(金) 22:13:58.39 ID:Rs3OiBUQo


「으, 응!!」 


「나, 나, 신부가 될게! 네 신부가 될게!!」 


「아, 아이는 적어도 2명, 부모자식으로 *복식이 하고 싶으니까. 더, 더 원한다면, 더 낳을 테니까!!」 (역주 : 테니스를 말하는듯. 원문은 더블)


「그, 그리고 나를 유미코라고 불러줘! 나는 하치만이라고 부르고 싶으니까!!」 


「어, 저기……응, 하치만,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미우라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나한테 안겨와서는, 기관총과 같이 나에게 말을 쏟아낸다.


「시끄럽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미우라의 입을 내 입술로 막는다. 미우라는 눈을 일순 크게 뜨는가 싶더니, 꼭 감고 나에게 몸을 맡기듯이 힘을 뺐다.


부르러운 입술의 감촉. 잘가라, 내 퍼스트 키스. 어서오세요, 새로운 신부 님. 나는 세게 유미코를 껴안고 있었다.




345:1 ◆4iWfcnGpVeQA:2013/11/10(日) 11:24:05.58 ID:/pxHn9wIo


그 후, 다음 날에 학교가 있는 걸 깨닫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서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까닭에, 막차가 끊기기 직전까지 같이 있었지만.


그 부드러운 입술과, 달콤해 녹을 듯한 향기. 그리고 사랑스러운 온기. 그것들이 머리속을 꽉 채워서 덕분에 아침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나는 별 수 없이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평소와 같이 일찍 집을 나섰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빨리 유미코와 만나고 싶다,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유미코와의 즐거운 청춘 러브코메디가 기다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그것과 마주치기 전까지는.




346:1 ◆4iWfcnGpVeQA:2013/11/10(日) 11:25:03.92 ID:/pxHn9wIo


「뭐냐……이거」 


유미코의 책상에서 떨어진 한 장의 종이를 주워든다.


그건 단순히 글자가 인쇄되어 있는 종이였다. 그렇다, 필적을 알 수 없도록 일부러 인쇄한『편지』였다.


내용은『*두꺼비 신부』 같은, 쓴 사람의 치졸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역주 : 히키가에루)


『두꺼비 신부』라니――――또 인가. 또 내 탓에 유미코가 이렇게 되는 것인가.


나는 이를 악물고 당장이라도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주위가 빙빙 도는 것처럼 어지럽다.


경솔했다. 나와 유미코는 이 학교 내에서도 붙어다니고 있었다. 그건 남의 눈을 지나치게 경시한 것이었다.


여자한테 있어서 남자는 악세서리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나라고 하는 악세사리는 어떤 물건일까. 당연하게도, 촌스러운 인형 같은 것이다.


그것뿐만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여자에게 그것은 종교와 닮아있다. 본래 묵주기도를 올려야 할 곳에 인형을 가져다 놓으면 박해당하는 게 당연하다.


「여어. 오, 히키타니 군, 빨리 왔네. 무슨 일이야?」 


반에 하야마를 포함한 리얼충 그룹이 들어온다. 리얼충들은 아침에도 빨리 오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마침 잘 왔다.


「미안, 할 얘기가 있어……」 




347:1 ◆4iWfcnGpVeQA:2013/11/10(日) 11:26:13.51 ID:/pxHn9wIo


첫 수업 종료 벨이 울려퍼진다. 나는 하야마 그룹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래, 입 맞춘 대로 부탁한다……


「유미코, 그리고 유이하고 히나한테도 잠깐 할 얘기가 있어」 


「뭔데, 하야토?」


「아니,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데, 여기서 하기는 좀 그래서. 장소를 옮기자」 


「흠, 나는, 뭐, 괜찮지만」


그렇게 말한 하야마는 여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어이, 히키타니…… 할 얘기가 있어」 


토베가 짐짓 깡패와 같이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어울리잖아, 너.


「뭐, 뭔데……」 


「이거 본 적 있냐」 


토베는 나한테 종이 한 장을 들이민다. 그렇다. 아까 그 『편지』다.


「모, 몰라」 


「모르는 척 하지마, 이 개자식!! 나 봤다고, 유미코 책상에 이걸 올려둔 거 너잖아!!」 


소리 치는 것과 동시에 내 멱살을 잡는 토베.


나는 힉, 하고 조그맣게 비명을 지른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이럴 때 리얼리티가 있어서 오케이다. 아니, 그래도 너 너무 무섭게 하잖아, 정말로 연기냐?




348:1 ◆4iWfcnGpVeQA:2013/11/10(日) 11:26:51.56 ID:/pxHn9wIo


나는 토베에게서 눈을 피하는 시늉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난 찾아냈다. 안절부절 못하고 시선을 피하는 주제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을――――너였냐, 사가미.


확실히 이 녀석은 유미코가 없으면 이 반의 정점에 설 여자겠지. 유미코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나는 메마른 웃음을 보이면서, 우연히 등뒤로 사가미가 오는 것처럼 몸을 조금씩 이동한다.


「자, 잠깐만. 내, 내가 아니라. 아니, 내용이란 거라고 해봐야 별 거 아니잖아. 그렇게 열받지 말라고.」


「까불지 마라고, 이 새끼가!!」 


노호를 외치며 토베는 힘차게 나를 후려 갈긴다. 그리고 나는 일부러 사가미 근처로 날아간다.


떨어진 곳에서 나는 사가미와 눈이 마주쳤다. 그건 겁먹은 눈이었다. 이제 확실하다.


「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도 이쪽은 아니라고!!」 


마운트 포지션을 취하며 나를 두드려 팬다. 진짜 아프네.


「미안……」 


토베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과하지 말라고, 들키잖아.


「그런 마음 따위 전혀 없냐고, 이 새끼!!」 


그걸로 됐어. 너 꽤 좋은 놈이구나. 그리고 미안, 이런 역할 하게 해서.




349:1 ◆4iWfcnGpVeQA:2013/11/10(日) 11:28:22.95 ID:/pxHn9wIo


「그, 그만 해!!」


보다 못한 토츠카가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나를 감싸듯이 위에서 덮는다. 토츠카 진짜 천사.


「하, 하치만은 그런 걸 할 사람이 아니야. 무, 무슨 오해라고」 


「그럼, 누구냐고!!」 


토베가 큰소리를 친다. 이 목소리에 사가미가 깜짝하고 몸을 떨며 반응한다. 사가미, 너, 배우는 못 될 타입이네.


「괜찮아, 토츠카……」 


「하, 하치만……」


나는 토츠카를 밀어내고, 천천히 일어선다. 주먹이 꽤 맵군. 무릎이 후들거리는걸.


「……나, 잠깐 보건실에서 쉬고 올 테니까, 다음 수업은 쉰다고 전해줘」 


「하, 하치만, 같이 갈게, 나도!」 


「괜찮으니까, 혼자서도……걸어갈 수 있다니까」 


나는 토츠카의 권유를 정중히 거절하고 비틀거리며 보건실로 향한다. 진짜 아프네.




350:1 ◆4iWfcnGpVeQA:2013/11/10(日) 11:28:53.46 ID:/pxHn9wIo


나는 보건실 침대에 엎드려 눕고는, 눈을 감는다.


이걸로 됐다, 이걸로 사가미는 다음에 그런 짓을 하면 자신이 이렇게 될 거라고 믿어버리겠지.


실제로는 여자애니까 그렇게는 안될 테니만, 눈앞에서 그렇게까지 당하는 걸 보면 확실하게 공포가 각인된다.


그 녀석은 이번에 특별히 이렇게까지 큰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터이다. 상정외의 사건. 그건 사람 마음을 동요시키는데 매우 큰 요소가 된다.


그 녀석에게 이 이상 일을 벌일 용기는 없겠지. 그러니까 지금은 안심하고 느긋하게 몸을 쉬게 하자.


극도의 긴장이 풀린 나는 천천히 깊은 잠에 빠졌다.




351:1 ◆4iWfcnGpVeQA:2013/11/10(日) 11:29:36.43 ID:/pxHn9wIo


차가운 감촉이 얼굴에 닿더니 기분이 좋아진다. 동시에 얼굴이 부은 아픔도 느낀다.


눈을 뜨자 울먹이는 눈으로 걱정되는듯 이쪽을 바라보는 유미코가 보였다.


「안녕, 유미코」 


그러자 유미코는 젖은 수건으로 내 부어오른 곳을 상냥하게 찜질해 주었다.


「나, 들었어」 


「그런가, 그건 걱정하지 마. 이제 괴롭힘 같은 거 없어질 테니까」 


「그래서 토베는 나와 네가 연인인 것을 모르고, 단순한 착각으로 나를 때렸다」 


「그리고 범인은 모르는 채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아무런 관계도 파괴되는 일 없이, 원만히 해결됐다는 거다. 그러니까 울지 말라고」 


나는 울고 있는 유미코의 얼굴을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아니야」


유미코는 그렇게 말하고, 강한 의사를 간직한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했다.


「네가 상처받고, 그걸로 끝이라는 건 틀렸어」 


유미코는 그렇게 말하고 내 팔을 잡아당겼다.


「어, 어이」 


「내가 확실히 끝낼게. 그러니까 하치만, 지켜봐줘」 


「달라진 나를」




352:1 ◆4iWfcnGpVeQA:2013/11/10(日) 11:30:26.18 ID:/pxHn9wIo


나는 방과후, 유미코에게 이끌려 옥상으로 왔다. 유미코는 내 손을 꽉 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도망 안 갈 테니까, 걱정말라고」 


「그게 아니라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래, 사건의 당사자인 사가미가 들어와 있었다.


유미코는 지체 없이 유일한 퇴로인 그 문을 점거한다.


「저, 저기, 나, 나한테 이야기라니 뭐야」 


「하치만, 잠시 이쪽으로 와」 


나는 들은대로 유미코의 옆으로 이동한다.


그러자 유미코는 문답무용으로 내 입술을 뺏는다.


「유, 유미코?!」 


내 입술을 뺏고 난 유미코는 입술의 감촉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입맛을 다지고, 기쁜듯이 미소지었다.


「본대로야. 나, 이 녀석하고 사랑하는 사이란 말」 


「그, 그렇구나. 추, 축하해」 


유미코의 안광이 날카로워지며 사가미를 꿰뚫는다. 그 칼에 찔린 사가미는 깜짝하고 몸을 떤다.




353:1 ◆4iWfcnGpVeQA:2013/11/10(日) 11:31:36.36 ID:/pxHn9wIo


「그래서 말이야, 오늘 나하고 이 녀석에 대해서 써준 편지가 있었는데」 


「으, 응」


「그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서……」


이미 사가미가 범인이라는 전제조전 하에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유미코. 어이어이, 너무 직접적이잖아.


사가미도 추리 드라마 등지에서 범행이 까발려진 범인과 같이 거동이 수상하다. 이미 범인은 자기라고 자백하는 것과 같다.


「음, 알아? 사랑이란 건 말이야」 


「사랑은 축복 같은 거야. 무척 뜨겁고, 때로는 간절하고, 그래서 그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한 거지.」


가슴 앞에서 다정하게 양손을 쥐고 슬픔을 담은 눈을 감는 미우라. 그 표정은 마치 기도를 드리는 것과 같았다.


「그렇지만 깨진 사랑은 저주인 거야. 마음에 바늘이 박힌 것처럼 남아서 그 사람을 보는 것조차 아주 괴롭지」 


이번에는 강한 의사를 담은 눈동자로 사가미를 응시한다.


사가마는 소곤소곤 「내가 아니야」「잘못봤어」라고 하는 변명을 중얼거리고 있다. 조금 불쌍하네.


그런 것에는 도통 상관치 않고 유미코는 난폭하게 사가미의 멱살을 잡는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내 사랑을 저주로 바꾸려고 한 너의 죄는 무거워」 


그 한 마디는 참으로 무겁고 조용히 불타오르는 열기를 품고 있었다.


사가미는 그 담력에 눌려 마침내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건 사가미의 마음이 완전히 꺾인 증거였다.




354:1 ◆4iWfcnGpVeQA:2013/11/10(日) 11:32:14.29 ID:/pxHn9wIo


「너, 저거, 엉뚱한데 화풀히 한거지.」 


「그건 나도 반성하고 있어」 


나는 유미코와 단돌이 되고서부터, 오늘의 반성회를 열고 있었다.


오늘의 그건 말하자면 과거의 일을 뒤죽박죽 결착을 지어 사가미와 관계없는 일까지 뒤집어 씌운 것이다.


나는 이 일로 유미코와 헤어질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래, 저주는 과거의, 유치원 시절의 이야기인 것이다.


유미코의 이야기를 듣자니 유치원 시절에 스스로가 약해서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번엔 바뀐 자신이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잘못을 하지 않을 거라고 증명하고 싶었다.


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제멋대로인 이야기다. 얻어맞은 사가미는 견딜 수가 없잖아.


「좀 불쌍했지, 사가미」 


「그치만 계속 저러면 안되니」 


「그 녀석은 아마 죄의식 따윈 없었을 거야. 누군가가 그걸 분명히 인식시켜주지 않으면 또 같은 짓을 할걸」 


「……그럼 내가 한 일은 뭐였던거지」 


「헛고생이지」


딱 잘라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난 낙담의 한숨을 쉬었다. 나름대로 생각해서 벌인 일인데 이렇게 완전부정 당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355:1 ◆4iWfcnGpVeQA:2013/11/10(日) 11:32:41.98 ID:/pxHn9wIo


「뭐, 그래도 말이지. 하치만이 나를 생각해준 건 좋았어」 


나를 위로하듯이 어깨를 두드리는 유미코. 진짜 나 얻어맞고 이런 결말은 아니지. 응, 아니야.


「그치면 이렇게 중요한 일은 이제부터, 둘이서 정하면 좋겠어」 


유미코는 평소와 같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 손가락을 걸기 위해서. 나는 탄식한다.


이 이야기는 어릴 적의 손가락 걸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도 이 손가락 걸기로 계속되는 거겠지.


나는 앞으로도 계속 손가락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에 지긋지긋한 기분이 든다.


할 수 없이 나는 유미코의 손가락을 걸고 이제 익숙하게 말한다.


「「손가락 걸고 거짓말하면 바늘 천 개 삼키기」」 


「약속했다!」」 


뭐, 나쁘진 않지만 말이지. 나는 유미코의 미소를 보면서 나는 앞으로의 생각을 한다.


응, 나쁘지 않아. 나는 러브코메디의 신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못되겠지.




356:1 ◆4iWfcnGpVeQA:2013/11/10(日) 11:34:21.92 ID:/pxHn9wIo


이걸로 끝입니다.


이제부터 덤(=오마케)으로 적극적인 힛키를 쓸 것이니

그런 힛키는 힛키가 아니라고 하는 분은 여기서 끝이라고 여겨 주세요.




357:1 ◆4iWfcnGpVeQA:2013/11/10(日) 11:34:51.38 ID:/pxHn9wIo


연인은 건너뛰고 공공연하게 신부가 된 유미코를 슬쩍 곁눈질로 본다.


「하치만, 또 나를 야한 눈으로 보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또 내 오른팔에 감겨오는 미우라.


뭐라고 해야 할지. 매번 이렇게 나만 밀리는 건 불공평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끌려다니기만 하는 건 훗날 좋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 거꾸로 유미코를 끌고 다니리라 결의한다. 지금까지의 복수, 아니 감사인사다.


우선은 살짝 장난치는 걸로 시작하자. 장난이라면 어릴 적에 특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


「유미코」


「엑……으, 응!!」 


나는 아무말도 없이 유미코의 왼쪽 귀를 살짝 깨문다. 그 후 혀로 귀 바깥쪽을 아래에서 위로 기듯이 핥아간다.


「잠깐, 하, 하치만?!」 


「미안하군, 야해서」


귓가에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는 유미코가 도망가지 않도록 어깨를 꽉 잡는다. 뭐, 도망가지는 않겠지만 만약을 위해서이다.


귓구멍에 혀를 침입시킨다. 가능한 한, 넓은 면적을 핥도록 혀를 굴린다.


「그, 그만둬. 거기, 더, 더러우니까」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귀 전체를 입속으로 넣고 이번엔 이를 세우지 않고 천천히 구석구석 핥아간다.


「아, 으……음!」 


요염하고 우물거리는 목소리가 유미코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유미코……살짝 눈을 감아주지 않을래?」 


귀를 입에서 떼고 그렇게 중얼거리자. 유미코는 부끄러운듯이 꿀꺽 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꽉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는 다정하게 유미코와 입술을 맞춘다.




359:1 ◆4iWfcnGpVeQA:2013/11/10(日) 11:35:19.25 ID:/pxHn9wIo


「배신했구나, 히키가야 하치만!!」 


자이모쿠자가 소리쳐 나를 매도해온다.


「뭘 말이냐」 


「너는……너만은 이쪽 편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자이모쿠자는 나와 팔짱을 껴고 있는 유미코를 손가락질 하고, 콧물을 튀기며 울었다. 우와, 꼴사나워.


「나와의 도원결의를 잊은거냐!!」 


도원결의라니 뭐냐고. 그거라면 한 명 더 필요하잖아. 또 에비나 씨, 나하고 이 녀석 가지고 망상하는 거 그만둬주지 않을래요.


「음, 그 도원결의가 언제 성립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녀석은 말이지」 


나는 유미코의 팔을 손으로 잡고 자신쪽으로 잡아당긴다.


「이 녀석은 유치원에서도 알던 사이니까. 햇수로 따지면 훨씬 위라고. 햇수가.」 


「하, 하치만. 잠깐, 갑자기……」 


「시, 싫어?」


「아, 아니. 싫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아니……좋아」


고개를 숙이고 꼼지락꼼지락대면서 나에게 안겨오는 유미코. 나도 지지 않고 팔에 힘을 주어 대답한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젠자아아아앙!! 리얼충, 폭발해애애애애!!」 


패배자가 울부짖는 게 기분좋다. 그 대사를 들을 날이 오다니,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나는 여봐란 듯이 유미코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자 유미코가 날아갈듯한 미소로 이쪽을 돌아봐주었다. 아까와 비교해 몇 배나 되는 기쁨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운다.




360:1 ◆4iWfcnGpVeQA:2013/11/10(日) 11:36:41.90 ID:/pxHn9wIo


평소와 같이 유미코의 수제 도시락을 평소 먹던 곳에서 평소와 같이 둘이서 먹는다.


그리고 나는 결심하고 평소에는 하지 않는 그 부탁을 입에 올린다.


「입으로……그거, 먹여주지 않을래」 


나는 달걀부침을 가리쳤다. 그 말에 유미코는 얼굴을 빨갛게 하고 고개를 숙인다.


「하, 하치만. 그, 그거라니」 


그렇게, 입으로 먹여준다는 건 즉 딥키스. 다르게 말하자면 프렌치 키스이다.


「아, 안 돼……?」


나는 부끄러워 뺨을 박박 긁었다. 역시 이건 안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려던 참에, 으으하고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유미코는 결심한 얼굴로 달걀부침을 입에 쑤셔넣는다.


「응!」


유미코는 눈을 감고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어온다.


「그, 그럼 잘 먹겠습니다」 


나는 우선, 유미코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친다. 다음은 자신의 혀를 유미코의 입속으로 침입시킨다.


점액과 점액이 접촉해, 작은 물소리를 낸다. 나는 그대로 달걀부침과 함께 일부러 혀를 같이 탐한다.


「아……응……후우……응응……」 


유미코는 아마 나를 신경써주고 있는 것 같다. 목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조금씩, 잘게 씹은 달걀부침을 내쪽으로 넘겨준다.


그리고 마침내 달걀부침이 유미코의 입에서 없어졌다. 그는 짐짓 모르는 체하며 유미코의 입안을 탐한다.


유미코도 거기에 응하는듯이, 혀를 휘감고 서로가 서로를 욕심부린다. 서로를 갈구하는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숨이 답답해질 무렵에 나는 유미코를 놓아준다. 유미코는 거친 숨을 쉬면서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쉰 다음, 내 도시락에 있던 달걀부침을 입에 쑤셔넣고 다시 나는 유미코과 입술을 합친다.




361:1 ◆4iWfcnGpVeQA:2013/11/10(日) 11:37:37.89 ID:/pxHn9wIo


그리고 돌아가는 길, 나는 유미코와 팔짱을 껴고 걷고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적극적이었던 탓인지 유미코는 아주 얌전해졌다. 이런 유미코도 귀엽다.


아니, 이렇게까지 효과가 있을 줄이야, 나도 용기를 낸 보람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사랑을 담아 유미코의 머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오늘은, 왠지 적극적이네」


「오늘은 그러고 싶은 기분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유미코와 오늘 몇 번째인가 알 수 없는, 키스를 한다.


「너 말이야」 


「응?」 


「역시, 완전 S야. 그것도 한 번 하면 멈출 수가 없는 타입」 


「그럼 유미코는, 완전 M이 되어주면 되겠네」 


유미코는 더 얼굴을 붉히고 뭔가를 말하려는듯 꼼지락꼼지락대고 있다.


나는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오늘 배운 프렌치 키스로 유미코의 입을 틀어막는다.


「응……켜봐……음음, 쯥……」 


종횡무진으로 입속을 탐하며 난 유미코의 타액의 맛을 음미한다.


유미코는 움직이지 않고 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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